박기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과 연구관

농부나 소비자나 모두 인삼은 밭에서 재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도 대부분의 인삼이 밭에서 재배되었다. 1990년만 하더라도 논에서 재배하는 인삼은 15%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기준으로 논에서 재배하는 인삼의 비율이 35%로 증가됐다. 특히 충남 금산이나 경북 영주 등의 오래된 인삼 재배지역에서는 밭보다는 논에서 주로 재배하고 있다. 논 재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인삼을 재배하지 않았던 땅에 주로 재배하는 인삼의 특성상 새로운 밭을 찾기가 쉽지 않고, 또 논에서는 인삼 수확 후에 4년 정도 벼를 재배한 후에 다시 인삼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삼을 재배한 적이 없는 초작지 부족과 연작 문제의 다소간 해결을 위해 시작된 인삼 논 재배가 새로운 각광을 받고 있다. 쌀 재고량 과다 문제 해결, 안전한 인삼 유기농 재배지 확보, 인삼 재배를 위한 시설  투자 등을 위한 방안으로 인삼 논 재배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쌀 재고량은 236만톤 이상(2016년 말 기준)인 상황에서, 벼 재배지를 다른 작물 재배지로 전환하고 싶지만, 벼 대신 심은 작물의 과다생산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정부와 농업인들의 가장 큰 걱정이다. 인삼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하락 문제는 인삼 논 재배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논재배가 늘어나면 밭재배 면적이 줄어서, 논재배든 밭재배든 총 재배면적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삼은 2016년 기준으로 2만3천 농가가 1만4천ha에 재배하여 2만톤 7천7백억 원을 생산하고 있다. 유기농과 무농약 인삼은 2017년 5월 기준으로 150여 농가에서 약 150ha를 재배하고 있다. 유기농과 무농약 인삼 농가수나 면적 비중이 1% 내외로서 높지 않지만 시대 흐름으로 보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말 대비 2017년 5월 현재 유기농과 무농약 인증 농가수가 약 50% 늘어난 사실에서도 확인되는 현상이다.

유기농은 작물이 아니라 땅에 대한 인증이다. 매번 새로운 땅에 심는 인삼은 새로운 밭에서 다시 유기농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삼은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가진 땅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주위 환경이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격리되고 토양과 물이 깨끗해야 하는데, 임차농으로 재배하는 유기농 인삼 농사에서는 매년 이런 땅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유기농 인삼 재배를 위한 안전한 땅은 유기농 벼 재배단지이다. 이 지역은 단지 전체가 유기농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이곳의 일부를 임차하면 바로 유기농인삼 인증이 가능하고 주위 포장의 문제로 인증이 취소되는 일도 거의 없다. 배수가 잘 되는 유기농 벼 재배 단지를 순차적으로 돌아가면서 임차하면 안전한 유기농 인삼 재배지 확보가 가능하다. 4~5년간 벼 재배를 한 후에 다시 인삼 재배를 하면 완전한 비이동 농업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비이동식 인삼 농사가 가능한 것이다.

인삼 수확 후 4~5년간의 벼 재배 기간은 길게 느껴지지만, 이것을 조금만 단축한다면 비가림 재배 등의 시설 투자도 가능하다. 실제 금산이나 풍기 지역에서는 2년 정도 벼를 재배한 후 다시 인삼을 재배하기도 한다. 유기농 인삼 재배를 위한 가장 안전한 방법이 비가림재배 시설임은 모든 농부들이 알고 있지만, 한 번 수확 후 옮기기 힘들고 비싼 시설 때문에 시설투자를 못하고 있었다. 인삼 논 재배로 이러한 시설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정부는 다른 작물의 과잉 생산 염려 없이 쌀 재고 과잉 문제를 다소 해결할 수 있다. 유기농 벼 재배자는 임차료가 최대 50%까지 더 비싼 인삼밭으로 임대함으로써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유기농인삼 농가는 유기농 환경이 보장된 농지를 임차해서 안전한 유기농 인삼 재배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삼의 연속 재배를 위한 시설투자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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