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행정, “‘끔찍한 협정’, 한국정부에 협상 통보” 공식 언급

미 로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끔찍한(horrible) 한국과의 FTA를 재협상하거나 종료(terminate)해야 한다’고 연거푸 밝힘에 따라, 일부 개정이나 추가적인 압박 수준으로 인식됐던 한미FTA 재협상 문제가 전면 수면위로 떠올랐다. 무역적자액을 FTA 발효 이전으로 회복해야 한다는 요구를 필두로, 농산물의 위생검역장벽(SPS) 폐지, 농축산물 최혜국 정책  철폐 내지 완화 등 대대적인 농업시장개방 요구가 쇄도 할 것이란 전망이다.

6월말 문재인 대통령의 워싱턴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측은 이미 한미FTA재협상을 위한 개선요구안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철저한 보호무역주의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를 한미FTA재협상 대표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선출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당장 FTA 추가 요구사항이 논의될 가능성은 낮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무역위원회(National Trade Council)를 신설, 통상 정책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회담이후 본격적인 FTA재협상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본격적인 FTA재협상이 개시될 경우, 미국은 무역적자액이 높은 자동차, 기계, 철강 품목 등에 대한 관세 조정을 우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한미FTA의 관세 철폐 기간을 향후 5년간 늦추는 요구사항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측은 올 3월 발표된 USTR의 ‘2017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게 농식품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미국이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우선협상 대상국과 감시대상국을 선정하고 통상정책 방향을 설정, 특히 농업분야와 관련해서는 상당한 부분이 반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위생검역 장벽(SPS)으로, 농업생명공학 유전자 변형 제품에 대한 한국의 승인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미국의 농산품 수출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게재하고 있다. 또 수입식품 잔류농약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검사시기와 수출시기의 잔류농약 수치가 다를 수 있고, 검역 절차상 요구사항이 늘어나 수출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대대적인 기준완화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국은 2008년 이전 광우병에 대한 우려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고 있고, 2008년 이후에는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이 재개됐음에도 아직 개방폭이 좁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가개방 요구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한 수출품인 감자에 대해서도 한국은 2012년 8월 미 아이다호, 오리건, 워싱턴 내 제브라칩(Zebra chip) 세균병 발발을 이유로 해당지역 감자에 대한 수입 금지조치를 여전히 유지중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또 한국은 특히 농축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다양한 농축산품에 대한 최혜국(MFN)TRQ(저율관세할당)정책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농가들의 수출 저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쌀에 대해서는, 미국은 WTO협정을 바탕으로 쌀 관세화 절차를 진행중인 한국이 한미 양국간 중요한 현안인 쌀 수출입 관계를 염두에 두고 절차를 진행하기를 희망한다고 기재하고 있다. TRQ 배정에 미산쌀 비중을 높이라는 요구가 예상되는 상황인 것.

한 통상전문가는 “한미FTA 보다 먼저 선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한미FTA 재협상 대책을 차분하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학계 전문가는 “미 공화당 농업 중심 지역의 상원의원들은 이미 NAFTA재협상시에 멕시코와 캐나다로의 농산물 수출에 타격을 주면 안된다는 내용의 협상조건을 상무장관과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전달했다”면서 “한미FTA의 경우도 농업분야에 추가개방을 더욱 강조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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