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전통 초가지붕 명맥 잇는다

1970년대 이전 집들은 초가집이 대부분이었다. 초가집의 지붕이나 담을 이기 위해 엮은 짚을 이엉이라고 하는데, 그 당시에는 연례행사처럼 가을 추수가 끝나면 볏짚을 잘 말려 봄이 되면 묵은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새 이엉을 올렸다. 그러나 빠른 도시화로 차츰 초가집은 사라졌고 현재는 쉽게 볼 수 없는 집이 됐다.

초가집이 사라지며 이엉을 엮던 사람들 역시 하나 둘씩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이런 가운데 조병률 한국농촌지도자고창군연합회장은 여전히 이엉과 용마름을 엮어 초가지붕을 만들며 사라져가는 전통을 잇기 위해 힘쓰고 있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이엉과 용마름을 엮을 수 있는 몇 사람 가운데 하나다. 어렸을 적 그 역시 초가집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때 어깨 넘어 이엉과 용마름 엮는 방법을 배웠고, 이후에는 본업인 농사에 매진하다 지인의 부탁으로 우연히 초가지붕을 만들기 시작하게 된 것이 벌써 25년째 하고 있다.

조 회장은 “초가집은 우리의 애환과 추억이 많이 간직한 우리 전통의 집인데, 현재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집이 됐다”면서 “빠른 도시화로 초가집의 풍경은 찾아 볼 수 없을지라도 초가지붕을 만드는 기술조차 역사 속으로 사라져선 안 된다는 생각에 힘은 들지만 여전히 초가지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이엉 엮는 솜씨는 전국 어디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그 기술이 대단하다. 전라북도 일대의 현존하는 초가집의 지붕은 거의 그의 손을 거쳤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훌륭한 솜씨에 찾는 이들이 많다.

이엉을 만드는 것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짚의 길이, 양은 물론, 엮을 때 들어가는 힘과 정성이 없으면 좋은 이엉과 용마름을 만들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조 회장은 “이엉은 무엇보다 짚을 고르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엉 굵기가 다르면 지붕 모양이 매끄럽지 못하고 가는 부분은 나중에 썩기 쉽다”며 “또 좌우의 짚을 서로 단단히 맞물려야 튼튼한 이엉과 용마름을 만들 수 있어 많은 힘을 요한다”고 밝혔다.

이엉을 만드는 것이 힘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현재 조 회장에게는 다소 힘에 붙일 때가 많다고. 그럼에도 여전히 손을 놓지 않는 것은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를 지키고 명맥을 잇기 위함이라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은 농촌지도자회 창립부터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함께하며 고창읍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고창군연합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어 농촌지도자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특히 조 회장은 고창군연합회 회장 임기를 3년 단임으로 바꾼 인물이다. 지도자로써 역량을 갖춘 후배들이 많이 있는데, 선배들이 후배들의 앞길을 막을 순 없다며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더욱 활기차게 발전하는 농촌지도자회로 만들기 위해 단임제로 정관을 바꾸게 됐다는 것이 조 회장의 설명이다.

또 농업인단체의 맏형으로 제 역할을 다 하고 농촌지도자회원임에 자부심을 느끼게 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14개 읍ㆍ면 회장들에게 금으로 만든 농촌지도자 배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농촌지도자회는 농업의 역사와 함께 해오며 농업발전에 크게 이바지해온 단체”라며 “농업인단체의 맏형으로서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