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러앉을 것인가, 새 보금자리를 찾을 것인가라는 갈등 끝에 결국 새 보금자리를 찾자는 쪽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실상 돈도 많이 들여 수리도 했고, 자연환경이 이곳만한 곳도 그리 흔치 않은지라 휙 떠나는 게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집주인의 은연중 갑질이 도가 지나쳐 떠나야 되겠다는 생각을 굳힌 겁니다.

지금이야 농촌실상이 어떤지 웬만한 것은 알게 됐지만, 처음 이곳에 올 때만해도 거의 무지한 입장이어서 내 돈 들여 수리하고도 보증금은 보증금대로 내고 집세는 집세대로 일 년치 선세로 내고도 그게 불공정거래행위인지도 몰랐으니 참 한심한 노릇이지요.

아마도 떠나자는 마음을 굳히고 전국을 도는 농가주택답사를 다시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이게 내 팔자려니 하고 그냥 눌러 앉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길 건너 벽돌공으로 일하는 이는 임차한 이가 자기 돈으로 집수리를 하면 그만한 금액만큼 당연히 무료로 집을 사용해야 하는 게 상식이라며 낫살이나 들어서 그것도 모르느냐는 듯 혀를 끌끌 찹니다.

떠나자고 마음먹으니 벌어지는 모든 일이 정떨어지는 일만 생기는 듯합니다. 서생원이 부엌 건너편 광방에 무시로 침입하는 일은 지난 5년여 동안 늘 있어왔던 일이였건만 유난히도 올해는 그 빈도가 높아진 것 같아 신경이 더 날카로워 지고 말았습니다. 더욱이 이 쥐들이 대담하게도 부엌까지 침입해 보관 중이던 쌀자루는 물론, 씨감자와 건고추까지 죄 망가뜨리고 말았으니 집사람이 부엌에 발을 딛기 싫다고 말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에 부엌바닥을 기어 다니며 온갖 행패를 부리는 서생원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칠 일입니다. 결국 부엌 이곳저곳에 쥐틀을 3개나 놓아두고 그도 모자라 쥐약까지 구석마다 놓아둬야 될 정도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는 자괴감이 듭니다. 중이 절이 싫으면 절을 떠나야 되는 게 진리입니다.

포털사이트에서 운영되는 귀농관련 온갖 사이트에 가입도 하고, 벼룩신문이나 교차로 같은 정보지에 실린 농가주택매물들을 답사하느라 지난 4개월 동안 대략 1만km는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까운 곳은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았지만 시골부동산 가격이 미쳐서 돌아가는 건 맞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입원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궁벽한 시골에서 허름한 슬레이트집을 근 1억이 다되는 가격에 매물이라고 내놓으니 참 대책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주변 풍광이 좋아 눈요기라도 할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그저 시류에 편승해 한몫 잡아보자는 부동산업자들의 호가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정책적 잘못도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하물며 같은 매물을 두고 어떤 부동산은 가격이 1천만 원 이상 높게 책정돼 있으니 얼마나 가격을 후려쳐야 정상가인지조차 알 도리가 없습니다.

서천군 어딘가에 5년간 무료로 집을 임대해준다는 정보를 듣고 찾은 집은 한눈에 봐도 어마어마한 수리비가 들어가지 않으면 거주를 못할 집임에도 손 안대고 코푸는 식으로 이득을 얻으려는 심보니 괜한 걸음으로 고속도로 통행료에 기름값까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돌아보게 되는 게 사람 심정이라 이도 다 비싼 수업료내고 배운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못할 짓입니다.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가려면 강원도도 영서지방이어야 하는데 도무지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부동산매물난에 실린 그럴듯한 사진만 보고 연락해서 가보면 거의 스카이다이빙을 하듯 급경사를 내려와야 되거나, 교행불능인 좁은 시멘트도로를 한참동안 올라가 보면 한 귀퉁이가 벌써 허물어지는 황토벽돌집 따위들이 1억 미만 매물이니 결국 돈이 원숩니다. 충청도로 전라도로 경상도로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가격도 착하고 거주여건도 웬만한 집을 찾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하루에 몇 백 킬로씩 운전을 하다보면 지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마음에 딱 드는 집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어 기운을 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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