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준
국립산림과학원 임목육종과 연구사



자작나무는 하얀 수피를 가진 수려한 외모로 우리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에서 주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이처럼 위도가 높고 추운 곳에 주로 분포하기 때문에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니지만 귀한만큼 그 조경적 가치도 크다.

강원도 원대리에 있는 우리나라 최대 자작나무 숲은 곧게 뻗은 줄기와 흰색의 아름다운 수피 덕분에 관광명소로 유명해진지 오래다. 특히, 눈 내린 겨울에 그 숲을 찾으면 온통 순백의 세계가 펼쳐져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국외의 자작나무류는 약 100여종이 시베리아, 북유럽, 북아메리카의 북부지역에 매우 넓게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4차 산림기본계획 수행기간(1998~2007)에 자작나무가 연간 약 2만 ha씩 총 20만 ha가 조림되었을 정도로 각광받는 나무이다.

자작나무 목재는 단단한 걸로 유명한 박달나무와 형제인 만큼 아주 단단하고, 결이 고우며, 휨성이 좋고 갈라지거나 비틀림이 적다. 나무색이 깨끗하고 조직이 치밀하여 합판재와 펄프재뿐만 아니라 가구, 운동기구, 음악기기, 조각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수피는 기름성분이 많아 습기와 벌레에 강하고 불에 잘 탄다. 특히 결혼식에 화촉(樺: 자작나무 화, 燭:촛불 촉)을 밝힌다고 하는데, 예전의 혼례 시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밝혀 사용한데서 유래되었다. 또한 경주 천마총 장니천마도가 그려진 것이 자작나무 껍질을 여러 겹 겹쳐 만든 것으로 예로부터 종이의 역할을 하였으며, 부패에 강해 천년이 넘게 썩지 않는다.

자작나무는 약용으로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껍질은 한방에서 백화피(白樺皮), 화피(樺皮) 등으로 부르며 약재로 많이 이용된다. 황달, 설사, 신장염의 치료에 이용되며, 해독작용과 염증을 없애는 효과가 탁월하다. 또 신경통, 류마티스 관절염, 소화불량 등에 효험이 있다.

자작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은 고로쇠 수행보다 덜 알려졌지만, 오래전부터 북부지역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자작나무 수액을 대접했을 정도로 고급 음식이었으며, 유럽의 자작나무는 그 유명한 자일리톨과 차가버섯을 생산하는 나무로도 유명하다.

자작나무 종자는 첫서리가 내리기 전, 9~10월 채취한다. 종자는 가볍고 미세하며 날개가 달려있음으로 약한 바람을 이용하여 정선한다. 건조된 종자는 그물망에 넣어 통풍이 잘되는 곳에 파종 1개월 전까지 보관한다. 만약 장기 보관을 원할 경우에는 저온에서 건조 밀봉하여 저장한다.

파종 1개월 전에는 종자와 젖은 모래를 1:2~3의 비율로 혼합한 다음 30~50cm 깊이에 노천매장을 한다. 노천매장 후에는 발아 촉진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여 파종 시기에 알맞은 발아 촉진이 되도록 습윤 및 보온 조절해 주어야 한다. 노천매장이 어려울 때는 파종 전 흐르는 물에 4~5일 동안 담가둔 다음 파종한다.

파종은 3~4월경에 1m2 당 4.2g 정도로 흩어 뿌린 후 고운 모래나 흙을 체로 쳐서 종자가 약간 묻히도록 덮은 후 짚 덮기와 차광막을 설치한다. 자작나무 종자는 작고 가볍기 때문에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 파종작업을 하는 것이 좋으며, 복토나 짚 덮기가 너무 두꺼우면 발아가 전혀 일어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자작나무 식재는 3월 중순~4월 중순에 실시하며 일반적으로 ha당 3,000본을 심는다. 햇빛을 매우 좋아하는 극양수(極陽樹)이므로 식재 후 제초작업이 필요하다. 자작나무는 대게 20m 정도 자라는데, 어렸을 때 생장이 매우 빨라 식재 3년 후에는 수고가 2m가 넘고, 10~15년 후에는 최고 높이에 도달한다. 다만 직경생장(나무둘레생장)은 더딘 편이다.

자작나무는 수려한 외모를 가져 조경수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피는 약용으로, 목재는 고급재로 활용이 가능한 다재다능한 나무이다. 추운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남한에서는 식재할 수 있는 지역이 넓지 않지만, 통일 후 한반도의 북부지역에 대규모로 식재하면 분명 훌륭한 소득자원이 될 것이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품 나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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