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도시로 성장, 작은 텃밭이 큰 버팀목”

“도시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여 점점 더 삭막해지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도시민들의 마음 역시 여유와 따뜻함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도심에서도 농업은 반드시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지난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농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연수구는 해안에 위치한 도시로 55㎢의 넓이에 34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인 전형적인 도시다. 특히 송도국제도시 등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천의 ‘신흥도시’로 평가받고 있고, 세계 1위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며 세계 신약의 메카라고 불리고 있다.

이렇듯 어느 도시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연수구에서 농업을 강조한다는 것이 조금은 의아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구청장은 도시화가 가속화될수록 농업의 소중함과 필요성은 더욱 강조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연수구의 농업비중이 점점 더 줄어가고 있지만, 농업과 농업인을 살뜰히 챙기는 이유다.

  실버농장ㆍ도시텃밭 운영해 녹색공간 확충

이 구청장은 도시와 농업을 융화시킬 수 있는 ‘도시농업’에 높은 관심을 두고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상자텃밭 분양 등으로 연수구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연수구는 지난 2012년 3월 인천시 최초로 ‘인천광역시 연수구 도시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ㆍ공포하고 도시농업위원회를 개최해 도시농업 육성에 대한 주요안건과 현안사항을 논의해 오고 있다.

특히 선학동, 연수동, 송도동 등에 도시텃밭 분양사업을 실시하며 도시농업 아카데미 개최 등을 통해 매년 700여명의 도시농업인을 육성하고 있다. 또 청소년 도시농부 학교 운영 등 다양한 도시농업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며 연수구민의 생산적 여가활동 지원과 친환경 녹색공간 확충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삭막한 도시생활에서 자연과 이웃이 함께하는 인간미를 더하기 위해 실버농장과 도시텃밭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특히 세계 속에서 웅비하고 있는 연수구에서 주민들이 도시적 특징인 빠름과 경쟁에 매몰돼 인간과 자연환경, 그리고 식량의 중요성을 잊지 않도록 인식의 전환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구청장은 “실버농장과 도시텃밭을 통해 따뜻한 흙을 만지고 농작물을 직접 기르는 과정에서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며, 공동협업을 통해 이웃 간의 정과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며 “한마디로 실버농장과 도시텃밭은 민선 6기의 구정 목표인 꿈이 이뤄지는 따뜻하고 튼튼한 구민, 모두 하나 되는 연수구에 걸맞은 사업”이라고 밝혔다.

연수구가 추진하고 있는 ‘실버농장 및 도시텃밭’ 사업은 지난 2011년 상자텃밭 2,000개를 분양한 것에서 시작됐는데, 당시 연수구민들의 큰 호응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실버농장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300여명을 우선순위별로 선정해 4월부터 10월까지 6~7평의 텃밭을 무료로 분양하고 있다. 도시텃밭의 440여개의 텃밭을 분양하고 있는데, 올해 1,489명이 신청해 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한지에 재배한 곡식 수확해 경로당 기부

또한 이 구청장이 그동안 공한지에 코스모스, 양귀비 등 볼거리 위주의 식물을 재배하던 관행을 깨고, 한국농촌지도자연수구연합회에 공한지를 일임해 보리, 메밀 등을 경작하게 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구청장은 “공한지 활용을 살펴보니 매년 7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코스모스와 양귀비를 심고 있었다”며 “현재는 보리, 메밀 등을 재배해 보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체험 장소로도 활용하고 있으며, 수확한 보리와 메밀은 연수구 내 경로당에 기부하는 등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구청장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도시농업 활성화에 적극 지원에 나설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이 구청장은 “좀 더 체계적인 교육ㆍ관리 시스템, 체험 프로그램 등을 조성해 나간다면 볼거리, 체험거리, 일할거리, 먹을거리 등 다양한 공익적인 가치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도시텃밭 분양 사업과 함께 청소년들을 위한 농업체험 학습의 장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이 구청장은 “농업은 이제 단순히 먹거리를 제공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삭막해진 정서의 순화, 친환경 생태 치유 등 다각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농업을 이끌어 가는 농업인들이 우리 농업과 문화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농업ㆍ농촌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한데 결속해 21세기 농업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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