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칠구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박사

남쪽부터 시작된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이 서울까지 봄소식을 알리고 지역마다 봄꽃축제로 한창이다. 봄은 기상학적으로 양력 3월부터 5월까지를 말하고 절기상으로는 입춘(2월 4일)과 입하(5월 6일) 전까지를 말한다.

생물학적인 계절로는 봄의 화신인 개나리, 진달래가 남쪽에서 개화하면 봄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봄은 벚꽃이 개화하고 제비가 돌아오는 시기이다.

봄이 되면 농업인들은 지난해 가을에 파종한 작물이 추운 겨울을 잘 넘겼는지 돌아보기도 하고 지난 해 사용했던 농기계를 수리하여 얼었다가 녹았던 논과 밭을 간다. 그리고 금년에 새로 심을 작물들은 어디에 얼마만큼 심을지 생각하면서 영농에 필요한 비료, 농약 등 농자재 등을 준비한다. 대부분의 농업인들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지난해에 생산하고 판매한 기억을 되살리며 금년 봄에도 논과 밭에 씨앗을 뿌리며 새해 영농을 시작한다.

오늘날은 과학기술이 발전하여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농업으로 발전하였다. 부족한 햇빛은 LED등으로 보광해주고, 토양을 대신하여 인공배지와 양액으로 작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어떤 경영주는 여행 중에도 생산시설 내 환경을 관리하는 스마트농업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농산물 생산만이 농업경영의 전부인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판매와 고객관리까지 농업인이 해야 할 영농단계가 늘어났다. 구조적으로는 개별경영에서 조직화된 경영체로, 1차산업에서 6차산업으로, 제한된 공간에서 사이버 공간으로 경영 형태와 시장의 범위도 변화되고 확대되었다.

농업의 범위가 확장되고, 복잡한 오늘 날에는 경험과 기억에 의존하여 농사를 짓는 것은 탐험가가 지도 없이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농업환경은 농산물 시장개방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하여 경쟁이 심화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성공한 농업인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농사일을 오랫동안 한 경험을 의지하기 보다는 영농현장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일들을 기록하고 분석하여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노력이 있었다.

봄이 되면 모든 농업인이 다 같이 희망을 갖고 한 해 농사를 준비하고, 시작한다. 그러나 한해 농사가 모두 끝나고 나면 소득이 높은 농업인도 있고 그렇지 못한 농업인도 있다. 소득에 차이가 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농사일을 시작하면서 경험에만 의지하여 영농을 하였는지 영농계획을 세우고 경영기록을 하면서 시작했는지도 매우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다.

특히 농가영농기록은 농자재 투입과 생산물 판매, 그리고 매일 매일의 작업일지 등을 꼼꼼히 기록하여 경영수지 분석과 경영설계를 위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농업분야도 과제대상으로 포함이 되어 연말 세금계산을 위하여 의무적으로 기록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친환경 인증 농가 일부를 제외하면 작성이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 농업인들에게 영농기록이 자칫 귀찮은 존재로 여겨질 수 있지만 영농기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해 영농성과는 큰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을 참고하여야 한다. 한해 농사를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농업에 경영이념이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하며 작성한 영농기록장을 토대로 체계적인 경영분석과 영농설계가 가능하고 농사비용 절감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 농업인의 영농기록장은 소득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금년 봄에는 논, 밭에 씨를 뿌리면서 경영기록부터 시작해 보자. 그리고 가을에 풍성한 수확과 계획했던 높은 소득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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