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데 도시든 시골이든 물만큼 중요한 자원은 없습니다. 물이 부족해 겪은 불편함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마당 한편에서 솟아나는 샘물에 반해 안정적 물 공급에 대한 확인 없이 덜컥 이곳에 자리 잡은 대가를 톡톡히 치루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서부터였습니다.

한평생 샘물이 마른 걸 보지 못했다는 건너편 집 토박이할머니의 증언도 소용없이 샘물통의 물은 지독한 가뭄에 견디질 못해 빨래는 고사하고 먹는 물마저도 없을 정도로 말라붙어 버리니 샘물에 혹해 이곳을 선택한 것은 오롯이 제 탓이니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계곡물이나 자가 지하수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몇 가구 안 되는 주민들을 위해 시 수도과에서 관정을 뚫는 공사가 시작된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일찍 이곳을 뜨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은 많았습니다만 커다란 스테인리스 물탱크가 산중턱에 설치되고 수돗물이 공급되니 햇볕에 반짝이며 사람을 홀렸던 샘물은 그저 허드레 물로만 사용되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일 년에 적어도 한 두 번은 바닥까지 청소해줘야 했던 샘물통은 청개구리들의 놀이터가 되도 신경 쓸 일이 없고, 수시로 고장 나는 양수펌프 수리를 위해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니 이제 더 이상 물로 인한 걱정거리는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추위를 피해 집을 비웠던 며칠 동안 다리를 건너면서 외부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수도 관로가 얼어붙어 땅을 파고 임시 관로를 연결하는 불편을 겪기도 하고, 가뭄이 심해 관정마저 물이 말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기도 했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하드웨어적 불편이 아닌 물 자체에서 심각한 물질이 최근에서야 검출됐다는 사실입니다.

음용수의 수질 검사는 보통 기준이 되는 추출물 여부와 세균감염 등을 기준으로 적합한지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물인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최초 물탱크가 설치되고 수질검사를 시행했을 때만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판정되었었고, 불편한 것이라곤 강제순환식이 아닌 낙차를 이용한 물 공급으로 지대가 높은 저의 집은 수압이 약해 갑갑함을 느끼는 정도였습니다.

작년 겨울 어느 날 산책길에 나섰다 물탱크가 설치된 곳에 여러 명의 사람들이 모여 트럭에 적재된 물탱크와 관정탱크를 호스로 연결하고는 뭔가 의논하고 있어 다가갔더니 갑자기 말문을 닫더군요. 뭐 하시냐고 물었더니 탱크에 물을 채운다고 해서 갈수기라 물이 부족해 다른 곳에서 물을 퍼 나르는 줄만 알았었습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분교카페에 들렸더니 우리 동네 관정에서 우라늄이 검출 돼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을 접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음용수 검사항목에서 우라늄 검출 여부를 체크하는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도라고 합니다. 오래된 농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라돈과 같은 방사선 물질에 노출되는 것도 심각한 일인데 먹는 물에서까지 우라늄이 검출됐으니 모르면 넘어갈 일도 알고 나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식으로 넘어갈 도리는 없는 겁니다.

수돗물 담당부서에 전화를 했더니 우라늄을 걸러내는 필터가 있지만 워낙 고가라(대략 1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내년은 돼야 예산에 반영될 수 있고, 당장은 물탱크에 우라늄이 검출되지 않은 타 지역 물과 혼합해 농도를 낮추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는 답변이었습니다. 사실 영점 영 몇 퍼센트의 농도가 인체에 얼마만큼 영향을 끼칠는지 알 도리도 없지만, 끓여 먹어도 정수기에 걸러도 우라늄을 걸러낼 수 없다니까 괜히 불안해지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요.

현재 농도로 40년 이상 음용해도 암에 걸릴 확률이 15% 미만이라는 통계치를 디밀고 이틀 건너 한 번씩 희석용 물을 관정탱크에 붓고 있더라도 우라늄이 어딜 가겠습니까. 시간이 지나면 우라늄에 대한 위험성마저 물탱크에 희석되듯 잊혀질 게 뻔 하지만 그래도 지속적인 민원으로 뭔가 개선될 수 있도록 만들지 않는다면 언젠가 이 동네도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닥칠 거라는 건 불문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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