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방역대책 개선책이 발표됐다. 개선책을 보니 허탈하기도 하고, 이 정도 가지고 시간을 끌었나 싶다. 탄핵과 대통령선거 조기실시 등 나라 상황이 혼란스럽기도 했거니와 이해당사자인 가금생산자단체를 비롯한 각계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는 만큼 4월 발표는 이해할 만하다. 더디더라도 제대로 된 방역대책이 나온다면 발표시기가 대수겠는가.

그러나 정부의 방역대책이 발표되자마자 관련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방역대책의 전면적인 개선방안이 아니라 기존대책을 보완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삼진아웃제’ 도입 철회, 중앙관리기구 설립, 국비지원 확대 같은 가금농가들의 핵심요구사항은 외면한 채 되려 중앙정부의 책임을 축산농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고 있다는 불평이다.

게다가 가금생산자를 옥죄는 규제만 잔뜩 마련해놓은 ‘나쁜’ 개선책이라는 주장이다. 정부의 이번 방역 개선책은 ‘졸속’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말로는 범정부차원의 방역대책 추진이니 어쩌니 했지만 사실상 재난관리 수준의 방역 컨트롤타워도 없이 정부는 막무가내 도살과 매몰에만 의존하는 아마추어리즘을 넘어서지 못했다. 가금 3천8백만 수 도살이라는 역대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 피해 상황을 초래하고도 반성과 사죄는커녕 그 책임을 농가와 관련기업에 떠넘기기에 급급했으니 뭔들 제대로 개선하겠는가. 가금농가의 울분을 통감하는 바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불만도 크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방역활동과 관련해 중앙정부차원의 국비지원방안을 요구했으나 묵살해버린 것이다. 예산자립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기초단체 입장에서 도살처분 보상금이나 매몰비용 부담은 설상가상과 다름없다. 현재 살처분 보상금의 20퍼센트, 매몰비용 전액을 지자체가 내고 있는데, 정부는 개선책을 내놓지 못했다. 가축방역세 도입 대신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을 방역재원으로 활용하라니, 웃돌 빼 아랫돌 괴는 격이다.

대통령대행체제의 정부가 졸속으로 내놓은 이번 방역대책 개선책은 즉시 폐기하고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가금생산농가와 지자체의 의견은 전혀 수렴하지 않고 정부 책임을 모면하려고만 하는 이번 대책은 다 되어가는 밥에 ‘재’가 될 뿐이다. 어차피 새 정부가 들어서면 방역개선책을 봐야 한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당장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방역개선책 마련에 다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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