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이 다른 꿀, ‘산야초 크림꿀’ 없어서 못판다

산수유의 고장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서 학원 강사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누리던 어떤 이가 귀농을 결심하고 몇 차례의 우여곡절을 뒤로하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지리산과 하나되기 영농조합법인’을 꾸리고 있는 강승호 대표. 일찌감치 귀농을 결심하고 백두대간을 꼼꼼히 살피던 그는 지난 2009년 뜻하지 않게 구례 산동면에 터를 잡고 귀농을 실행했다.

막상 귀농을 실행했지만 앞날은 막막했다. 당장 ‘어떤 경제적 활동을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컸다. 산동면 일대를 꼼꼼히 살핀 끝에 그가 첫번째로 경제적 활동을 시작한 것이 바로 ‘양봉’ 이었다. 1년 농사는 제법 성과를 냈다. 초보 농사꾼 치고는 꿀 품질도 좋다는 칭찬도 받았다.

그의 귀농활동은 그렇게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불과 1년만에 무너졌다. 지난 2010년 ‘토종벌 에이즈’로 불리던 낭충봉아부패병이 유행처럼 확산되면서 그가 키우던 벌통이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상심이 컸지만 그는 쓰디쓴 실패를 통해 나름의 귀농의 삶을 설계할 수 있게 됐다. 한 품목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어 소득원을 분산시키자는 계획을 세웠다.

이때부터 오미자와 산수유 재배를 시작하게 됐고 천혜의 환경을 활용할 수 있는 펜션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그리고 양봉사업까지 재개하면서 그의 귀농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특히 운명처럼 만난 ‘크림꿀’ 제조 기술은 그가 귀농을 넘어서 당당히 ‘농사꾼 사장님’으로 올라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가 생산하는 ‘지리산 산야초애꿀’은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크림꿀 제조 특허기술을 이전 받은 것이다. 액상 꿀의 결점을 보완해 흘러내리지 않는 크림 타입으로 개발해 이용이 간편하다. 이 제품은 또 결정 꿀에서 나타나는 이물감을 없애 부드러운 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지리산 산야초애꿀’은 처음 반고체상태의 크림 꿀을 병에 담아 포장한 것과 무게감을 줄이고 언제 어디서든 섭취하기 편하게 만든 액상의 스틱 타입이 있다. 이들 제품은 지난 2013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성공전략 맞춤형 지원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상용화에 성공하게 됐다.

마케팅 전략도 철저하게 지역을 활용했다. 제품 홍보에 산수유마을의 친환경 이미지를 적극 부각시켜 지난해 신라면세점에 입점했고 올해는 광주 롯데백화점 최고 VIP 대상 생일선물 폼목에 당당히 선정됐다. 무엇보다 모두 네 단계의 심사과정을 거치고 꼬박 1년여가 소요되는 등 까다롭기로 소문만 현대백화점 ‘명인명촌’에 선정돼 ‘지리산 산야초애꿀’은 대한민국 최고의 꿀로 인정받게 됐다.

지금이야 크림꿀이 당당하게 인정받고 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불과 2~3년전 백화점 등 담당자들은 꿀을 두고 장난을 쳐 만든 제품처럼 인식하면서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강 대표는 이때부터 ‘지리산과 하나되기’ 영농법인만의 차별화된 제품 생산에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포장 방법과 트렌드 방향을 약초로 잡았다. 단순 꿀 생산은 접고 꿀에 산수유, 울금, 솔잎 등 몸에는 좋지만 입에 쓴 약초를 교반해서 순수한 자연의 맛을 배합하는 방법을 시도해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했다. 약초 성분에 따라 남성/여성용으로 구분하고 소포장으로 규격도 다양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현재 현대백화점과 농협하나로유통 등 굵직한 대형마트에서 주문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매출도 덩달아 성장했다. 지난해 1억원의 매출에서 올해는 3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주문 전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강 대표는 올해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된 가공공장을 지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가공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면 연간 매출은 5억원 이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 대표는 “막상 농진청의 크림꿀 제조기술을 이전 받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포기할까 고민이 깊어질 즈음에 실용화재단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해 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