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춘욱 (주)건지축산 대표

우리나라 닭고기 산업은 단기간 급속한 성장을 해 왔지만 최근 들어 닭고기 산업은 수년째 정체돼 있다. 1인당 소비량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어 치킨 소비량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높다.
전세계를 통틀어 1.5kg 내외의 닭고기를 선호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들은 3kg 내외의 대닭을 사육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부분육 시장이 활기가 넘치고 있다. 닭고기 소비량도 차이도 크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들은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이 40kg 내외인 반면 국내는 몇 년째 12kg대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3kg의 대닭을 먹는 국민과 1.5kg의 작은 닭을 먹는 국민 중 손해보는 쪽은 어디일까? 불행하게도 작은 크기의 닭을 먹는 국민들이 훨씬 비싼 돈을 지불하게 된다. 국내 육계산업은 치킨 문화가 주류를 이루면서 대닭의 부분육 시장이 발달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 닭가슴살 등의 부분육 시장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생산된 1.5kg 내외의 닭들은 가공육이나 부분육 원료로 적합하지 않다. 전단력이 약해 원재료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령 부분육 시장이 더욱 확대돼 소비량이 증가했다 하더라도 국내산 닭고기 소비량이 아닌 수입닭고기 소비량이 늘어난 것이니 기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필자는 20여년전부터 고상식 계사를 활용해 대형닭을 사육하는 회사를 운영 중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고상식 계사가 보편화됐지만 국내 닭고기 산업은 이미 90% 이상 계열화사업이 진행된 탓인지 평사 사육을 지독스럽게 고집하고 있다. 더욱이 대형닭 사육에는 매우 인색해 양계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이 수년째 정체돼 있다는 것은 치킨 소비문화가 한계점에 봉착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제는 대대적인 변화를 꽤해 닭고기 산업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농축산물 개방화 물결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대형닭 사육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 동남아까지 대형닭 사육을 서두르고 있고 관련 산업까지 매년 크게 신장하고 있다. 필자의 회사도 대형닭 사육농장 시설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일본, 중국, 동남아까지 고상식 계사 진출이 활발해 지고 있다.

닭고기 소비량은 전세계 어느 나라를 망론하고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세계 닭고기 시장은 매년 확대되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국내 닭고기 가공업체 중 해외수출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은 없다. 1.5kg 닭고기를 선호하는 국가가 단 한곳도 없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세계 닭고기시장의 흐름을 외면할 것인가.

이제라도 변화해야 한다. 똑같은 병아리를 갖고 고작 1.5kg 닭고기를 생산하는데 그치는 비효율성을 기꺼이 포기해야 한다. 국내 닭고기 사육 환경, 기술, 시설 등은 이미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이런 기반 시설에 대형닭을 접목한다면 국내 닭고기 시장은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 닭고기를 수출할 수 있는 수출국으로 충분히 올라설 수 있다.

최근 들어 깨어있는 양계인들이 대형닭 사육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또 일부 닭고기 가공업체들도 대형닭 사육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서둘러야 한다. 현실에 안주해서는 국내산 닭고기 시장은 언제라도 수입닭고기에 자리를 내줘야 할지 모른다. 세계적인 닭고기 시장의 흐름을 역행하는 자세로는 더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당장 해외 사례를 눈여겨보고 치킨 문화에 길들여진 자세를 가다듬고 대형닭 사육에 관심을 쏟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