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꿀벌 ‘장원벌’로 양봉강국 실현

꿀 개방화와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양봉산업. 110년전 서양에서 양봉산업이 도입된 이래 국내 양봉산업의 경쟁력은 매년 하락해 왔다. 철저하게 서양벌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해 생산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취약점이 노출됐던 것.

이러한 국내 양봉산업의 현실을 타개하고 국내 실정에 가장 적합한 꿀벌 육종에 뛰어들어 국내 최초로 한국형 꿀벌 종자 개발에 성공해 양봉산업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 있다. 그 주인공은 경북 예천 김인석 씨.

양봉산업을 천직으로 알고 꿀벌과 함께 살아온 김 씨는 언제부터인지 꿀벌 숫자는 더 많은 것 같은데 생산량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고 오히려 더 감소하는 현상에 고민이 깊어졌다.

그러던 차에 인근 마을에서 양봉업을 하는 중국 교포를 만나면서 그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허름하기 짝이 없던 시설에서 양봉을 하던 중국 교포는 김 씨보다 꿀벌 숫자가 30% 가량 적으면서도 오히려 생산량은 30% 이상 많았다. 왜 일까? 고민하던 그가 찾아낸 원인은 종자였다. 중국 교포는 흔히들 쓰는 서양벌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여온 중국꿀벌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꿀벌 육종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환경에 가장 적합한 꿀벌종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 2004년 폴란드 바르샤농업대학, 2006년 농촌진흥청, 2008년 중국 길림성 양봉과학연구소 등에 굴벌 육종과 관련된 교육을 사비를 털어 습득했다.

특히 그는 꿀벌육종을 위해 인공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농업인으로는 전국 최초로 농촌진흥청 농업인개발과제인 ‘인공수정을 이용한 우량종봉 기술개발 연구’를 2003~2005년까지 수행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꿀벌 우량종봉 연구의 본격적인 첫걸음이었다.

불철주야 꿀벌 육종에 뛰어든지 정확히 15년차인 지난 2015년에 그가 꿈꾸던 국내 최초의 ‘한국형 꿀벌 종자’를 탄생시켰다. 바로 ‘장원벌’이다. 110년 양봉산업의 판을 뒤집을 만한 엄청난 성과라는 것이 양봉업계의 평가다.

‘장원벌’은 일반 양봉농가에서 기르는 꿀벌과 비교해 31% 이상 채밀(꿀 수집)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일벌 한 마리당 채밀량이 19% 이상 높고 번식력이 왕성해 벌통당 일벌의 수도 45% 가량 많다.
특히 장원벌이 본격적으로 양봉농가에 보급되면 벌통당 평균 16.8kg이던 꿀 생산량을 22kg까지 끌어올려 연간 6,300톤(약 7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벌통당 꿀 생산량(23.3kg)의 세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며 앞으로 꿀 수입 개방에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러나 장원벌이 농가에 신속하게 보급되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고행을 거쳐야 한다. 여왕벌 교미특성(비행중 다중교미)상 격리 교미장과 수벌 대량증식 기술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장원벌의 대량 공급을 위해서는 반경 20km 이내 잡벌이 없는 지역을 찾아야 하는데 좁은 국토를 따졌을 때 섬지역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지역이 없어 그는 울릉도 등 오지 섬을 이동하며 장원벌을 육성하는 고행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김 씨는 “15년간 연구 끝에 이제 겨우 정부장려품종 1호인 3원교잡종 ‘장원벌’을 탄생시켰지만 앞으로 순계계통의 다양한 종벌을 생산해 양봉산업이 제대로된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변화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 도단위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울릉군 여왕벌 생산 격리교미장을 국가적인 꿀벌품종보급 기지로 만들어 오는 2020년까지 장원벌을 3만여 마리까지 생산해 대한민국을 양봉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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