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야생조수의 피해를 거론할 때 들고양이는 아예 대상조차 안 됩니다. 그러나 고양이가 한밤중에 집 주위를 맴돌면서 별별 희한한 울음소리로 잠을 설치게 만들면 세상에 이런 원수가 따로 없을 정돕니다. 도시에서도 방치된 고양이들은 길고양이라고 불리면서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몰려다니면서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해 골칫거리가 된지 오랩니다.

워낙 조용하게 움직이기도 하지만 사람 손에 익숙해진 동물인 탓에 시골에서도 그리 경계를 하지 않아 수시로 인가 근처에 살그머니 접근해 모아놓은 쓰레기봉투를 뒤집어 놓거나 먹을 게 있을만한 곳을 온통 헤집어놓아 신경을 곤두서게 만듭니다.

겨울철 시골농가의 골칫거리는 서생원들입니다. 여름철이나 가을철까지는 들판에 먹을 게 풍족하니 집안 출입을 하지 않지만, 겨울에 접어들면 어떻게 뚫고 들어왔는지 창고로 사용하는 방안까지 들어오기도 해 정말 대책이 서질 않습니다. 주위 분들이 그래서 고양이를 길러보라고 말하지만 워낙 짐승들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특히 고양이는 더더욱 싫어하니 그저 수시로 집 안팎을 살펴 쥐구멍으로 여길만한 구멍이 발견되면 시멘트로 메꾸는 게 일입니다. 물론 쥐틀도 서너 개 구입해 이놈들이 제일 좋아하는 고구마를 미끼로 잡기도 하고, 약국에서 쥐약을 구입해 이곳저곳 놓아두기도 하지만 늘 들고날 때 문이 잘 닫혔는지 신경을 쓰는 건 오로지 이 서생원들 때문입니다.

대부분 흙과 목재로 지은 시골농가들은 그 구조상 쥐의 침입에 허점을 보이기 때문에 고양이를 기르는 집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고양이들의 습성과 기르는 이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집을 떠나 야생이 되는 고양이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러다보니 폐가나 혹은 사람이 살고 있더라도 출입이 빈번하지 않는 후미진 헛간 등이 고양이들 거처 겸 번식장소가 돼, 개체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

개체수가 늘어나면 당연히 저들끼리도 먹이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어 인가 주위를 맴돌면서 음식찌꺼기를 두고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자연의 법칙은 냉엄한지라 모르긴 해도 이렇게 태어난 새끼들 중 사람이 특별히 돌보지 않는다면 상당수가 생존경쟁에서 밀려나 도태되리라는 건 불문가지입니다.

집을 돌아가면서 둘러친 두꺼운 비닐 바람막이 안 남쪽 툇마루는 해가 비치면 온도가 영상 20도 이상 올라 마치 비닐하우스 같은 효과가 납니다. 이 비닐도 벌써 몇 년이 지나니 햇볕에 바래고 바람에 찢겨 여기저기 구멍이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한겨울 모진 바람을 막아주니 이만한 효자가 없습니다.

겨울 매서운 바람이 방문 밖을 나서기도 힘들게 하는 어느 날, 남쪽 툇마루 쪽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계속 나서 점퍼를 입고 나가보니 아주 어리지는 않지만 아직은 새끼 태를 못 벗어난 고양이 한 마리가 화분대에 올라 앉아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대체로 짐승들은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 도망치는 게 정석이건만 이놈은 웬일인지 먹이라도 달라는 듯 조금씩 뒷걸음만 치는 게 아니겠습니까.

북어대가리라도 있으면 주고 싶었지만 고양이 습성을 잘 아는 이들에게 들은 바로는 한번 먹이를 주면 계속해서 먹이를 달라고 졸라대면서 귀찮게 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 생각나 그냥 집안으로 들어 왔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이 고양이가 밤이 깊었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울음소리로 신경을 건드리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이렇게 다양하게 나오는지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애원하는 듯 가랑가랑한 소리, 마치 아기가 우는 듯한 소리, 가래 끓는 듯한 소리까지 그야말로 고양이 아카펠라중창단이 따로 없을 정도였으니까 말입니다.

참다못해 손에 잡히는 등산용 스틱으로 마룻바닥을 치면서 큰소리로 내 쫓으려 했지만 어디로 숨었는지 야옹거리는 소리만 들리지 도무지 쫓을 방법이 없더군요. 살아있는 생명체니 보듬어 줘야 함에도 이렇게 박정하게 내쳐야 되는 상황도 따지고 보면 자연의 법칙인지도 모릅니다. 이 새끼고양이가 생존하려면 스스로 먹이를 구할 밖에 딴 도리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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