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화 호언하던 정부, 바이러스 상시화 묵인 드러나

‘구제역 종식 선언’(2010년)→‘구제역 감기 같은 것’(2015년)→‘바이러스 잔존’(2016년)
구제역 청정화를 호언장담하며 무분별 살처분으로 3조원의 피해를 가져왔던 2010년 구제역 파동이후, 구제역에 대한 정부의 대응 태도가 시시각각 변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2016년 구제역은 국내 ‘잔존’ ‘상존’ 바이러스에 의한 발병으로 추정된다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구제역백서가 확인되면서 현재 매뉴얼(자침)로는 실질적인 ‘포기’ 수준임에도 이를 지속 유지해왔다는 주장이다. 구제역 방역대책의 전면 재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잔류 바이러스에 농장 내 순환감염 진행”

농식품부는 16일 현재까지 기존 방침대로 방역대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금까지 발생한 6건의 구제역은 유전자 분석결과, 보은ㆍ정읍 O형의 경우 방글라데시 러시아, 연천 A형은 베트남ㆍ미얀마 등의 바이러스와 상동성이 높아 국내 잔존 바이러스가 아닌 해외 유입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농장 발생 원인도 역학조사 중이나 일부 농가는 백신의 보관ㆍ취급ㆍ접종 과정에서 미흡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현재 국내 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백신이 금번 발생한 바이러스의 방어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물백신’이라는 의혹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영국 M사로 부터 수입 계획인 ‘O+A형’ 백신도 추가 확보하는 한편, 해외에서 보유하고 있는 A형 백신의 국내 발생 바이러스에 대한 적합성 분석 후 수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까지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마다 입장을 달리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판단도 신뢰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도 구제역 발생 당시, ‘구제역 종식’이라고 선언한지 보름만에 재발하면서 ‘청정화’에 대한 과욕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을 샀다. 이후 청정화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2015년에는 국회 상임위에서 당시 이동필 장관의 ‘구제역은 감기 같은 것’이라는 청정화 포기 발언으로 이어졌다. 상시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4~2016 구제역백서’에 ‘2016년 구제역은 국내 잔존 바이러스에 의한 발병으로 추정된다’고 명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증상이 발견되지 않은 감염가축이나 환경에 잔류한 바이러스에 의해 농장 내 순환감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제역은 감기 같은 것…언제든 발병 가능”

또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매월 진행하고 있는 구제역 혈청예찰보고서에 따르면 백신접종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감염됐을 때 생기는 항체 NSP가 3년간 지속적으로 발견됐다. 잔존 바이러스에 의한 자연증식과, 감염뿐만 아니라 농장 내에서 면역력이 약화됐을 경우 자연 발병됐을 가능성도 크다는 것. 정부는 이미 인체의 감기처럼 ‘상시 질병’으로 연구자료에 명기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바이러스의 상존은 가축 개별 개체의 항체 형성과 면역력 증강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방역체계를 바꿔야 한다”면서 “또 야생동물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그로인해 가축 방역과 자연계에 대한 방역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가축의 항체 조사에서 생독과 사독(죽은독)에 의한 항체를 분리 조사해야 한다”며 “잔존하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을 올바로 체크할 수 있어야 역학조사에 의한 방역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14일과 15일 개최된 국회 농해수위 상임위에서도 구제역 관련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농식품부가 지난해 10월 방역 취약지역 구제역 일제검사에서 대상지로 충북 보은을 포함한 38개 시군이 선정됐지만, 정부가 소를 제외한 돼지만 검사하면서 예방의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개호 의원은 “항체 형성률이 높은데 구제역이 터지고 있다”며 “농가에게 책임을 전가시키지 말고 백신 효능부터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오영훈 원내부대표는 “해당 부처인 농식품부는 농민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며 “매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땜빵 식의 대책 말고 지금부터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신수급과 관련, 정부는 상임위 업무보고를 통해 2020년을 전후로 국산 백신 확보를 위한 구제역 백신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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