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다. 유무형의 무엇이든 의심하지 않으면, 찬찬히 살펴보지 않으면 진위를 가리기 쉽잖다. 풍요는 모조품의 잠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 존재하는데 굳이 불필요한 모조품을 만들겠는가. 그러나 어느 사회든 상대적 빈곤이나 부의 편중이 물질적 풍요를 망가뜨리기 십상이다. 그 틈에 욕망의 싹이 트고, 허위를 자양분 삼아 가짜는 웃자란다. 그리하여 풍요는 역설적이게도 가짜를 양산하고, 그 가짜 덕에 풍요는 부풀어 허풍이 된다.

물질이 지배하는 사회라고는 하나, 우리가 사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 가짜의 백미는 아마도 거짓정보, 페이크뉴스일 것이다. 진품에 가까운 모조품이든 명품을 가장한 짝퉁이든 가짜제품은 물질적, 금전적 손해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상도덕을 일그러뜨리고 정직한 이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면에서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경계하고 발본색원해야 마땅하다. 여기에 더해 인격과 명예를 잣대 삼으면 거짓정보, 페이크뉴스는 ‘가짜의 꼭지’에 있을 것이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SNS)에서의 가짜는 심각한 양상을 띠기 일쑤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클린턴이 이슬람국가에 무기를 판매한 사실을 위키리크스가 확인했다, 이슬람국가의 파리 테러와 브뤼셀 테러에 독일 메르켈 총리 연루, 사드반대 중국정부 한국 내 중국인 유학생 6만 명 촛불집회 참가 지령, 기형아 통조림 등 한국 인육공장 적발, 한국 10세 인기 아역배우 임신 “이 업계에 흔한 일”, 일본인 소녀 한국에서 강간당했으나 일본으로 돌아갔다고 강간범 무죄 선고, 등등. 이들은 미국, 유럽연합, 한국, 일본 등지에서 퍼진 대표적 페이크뉴스다. 전 세계가 가짜뉴스에 시달리며 대응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트럼프와 클린턴에 관한 거짓정보는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온라인 사회관계망을 통해 확산했다. 이밖에도 적잖은 페이크뉴스가 난립하면서 대선 정국에서의 여론의 향방이 요동쳤다는 후문이다.

미 대선에 러시아 푸틴이 개입했고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뉴스도 현재 ‘진실게임’ 도마에 오른 상태다. 메르켈 총리에 관한 음해 뉴스도 러시아의 선전선동으로 인식한 유럽연합은 대응 테스크포스를 발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크뉴스의 최대유통경로로 꼽히는 페이스북 창시자 저커버그도 최근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어떤 잘못된 주장이 공유되거나 정확한 콘텐츠를 실수로 제한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단다.

‘혐한’을 부추기는 일본의 페이크뉴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범 역사를 부끄러워하고 반성하기는커녕 호가호위하듯 미국과 함께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야욕을 서슴지 않고 드러낸다. 한국과 한국인을 혐오하게 만드는 극우행태는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최근 혐한 페이크뉴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일본의 가짜뉴스 사이트 ‘大韓民國 民間報道’와 이를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한국어로 번역한 ‘한국 신문’에서는 지난달 17일자로, 노무현이라는 한국 남성이 11세와 9세 일본인 소녀를 강간했는데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뉴스를 게재했다. 노무현 대통령 모욕은 물론 한국 혐오를 유발하기 위한 악의적인 가짜뉴스다. 이 사이트는 한국 인육공장 적발이나 10세 아역배우의 임신 등 거짓뉴스로 도배됐다.

문제는 이러한 거짓뉴스의 확대 재생산이다. 기사를 조회한 수가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르는 데다 온라인을 통해 계속 퍼 나르며 공유한다는 점이다. 이 사이트는 개설 3일 만에 일본 혐한단체 ‘재특회’ 회장에 의해 공유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논란이 일자 곧 사이트는 폐쇄됐지만 이 가공할 가짜뉴스는 온라인을 통해 가상세계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이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한 20대 젊은이의 인터뷰내용은 더 기가 차다. 증오를 부추기는 기사는 쉽게 퍼진다, 한국에 관한 좋잖은 뉴스를 믿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가짜뉴스로 돈 벌 생각으로 했다, 뉴스사이트 만드는데 1만4천 엔이 들었는데 수익은 5천 엔 정도로 결국 손해만 봤다, 정작 본인은 한국을 가본 적도, 대화해본 적도 없고 한글도 모른다고.

가짜가 이만큼이나 판치는 데는 정보의 홍수와 범람이 한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 상업적, 정치적 의도로 여론을 호도하고 사실을 조작하려는 악랄함이 가미됐을 것이다. 짝퉁 명품, 가짜 석유, 국산둔갑 수입농산물 등등 가짜와 허위가 난무하는 시대에 진위를 가리고, 진짜와 진실을 옹립하려는 노력은 가상하다. 이제는 가짜 뉴스와 정보를 걸러내고, 농업인을 위하는 척하는 거짓 농정과 가짜 관료를 가려내고, 농업과 농촌을 위한 진짜 언론을 키워내야 할 때이지 싶다. 그런 면에서 농업전문 정론지의 길을 되짚어 성찰하며 초심을 드러내도록 할 일이다.

키플링이든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의 시에서 육하원칙이 유래했다고 한다. 나에게는 여섯 명의 정직한 하인이 있네. 그들의 이름은 무엇, 왜, 언제, 어떻게, 어디서, 그리고 누구라네. 기사뿐 아니라 삶과 생활 하나하나를 육하원칙에 따라 이해하고 꾸려간다면 온라인에도, 오프라인에도 가짜가 발붙일 일이 없지 않을까. 가짜와의 전쟁을 거창하게 떠벌리는 것보다 담대하게, 일상에서 소소하게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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