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상 초유의 계란수입에 이어 쇠고기 수입물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구제역이 발생해서 살처분되는 한우, 젖소 마릿수가 늘어나면, 조만간 계란처럼 가격이 크게 오를 수도 있다는 염려에서라고 한다. AI 때문에 계란 공급이 감소해서 한 판 가격이 1만원을 웃돌아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지자 선택했던 사상 첫 계란수입이 가져온 가격인하 효과에 고무된 정부가 선택한 결정으로 보인다.

농업계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최근의 계란값 하락이 어디 정부가 수입한 계란 때문이냐는 것이다. 정부 말대로 수입계란이 일부 사재기해 놨던 계란을 시장에 나오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온전히 이것 때문에 생긴 효과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계란유통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겨울방학과 계란재고량 증가, 계절적인 영향 때문에 계란값 하락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데, 주로 산란계에 AI가 발생한 변수가 급속한 가격상승을 불러왔다는 것. 하지만 노계와 신계의 교체시기에 있던 많은 산란계농가의 시장공급이 시작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다만 공교롭게도 수입계란 시기와 맞물렸을 뿐 통상적인 계란 유통시스템상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것이다.

수입계란 판매물량을 조사해보면 국내 소비성향상 판매실적이 미미할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지금 주변사람에게 수입계란을 사봤느냐고 물어보라며 자신한다. 특히 그것이 상징적인 의미를 줄수는 있지만 유통시장 매커니즘상 예측가능한 자연스런 계란가격하락이라고 봤을 때, 구제역 때문에 쇠고기 가격상승을 대비해 수입물량을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은 어처구니없는 판단으로 보고 있다. 실제 그동안 구제역이 발생했던 시기의 쇠고기 가격을 살펴보면 다소간 오르긴 했지만 이번 계란값처럼 폭등까지는 아니었다. 구제역 발생 초기인 현재 쇠고기 가격은 조금 올랐다. 오히려 김영란법 영향으로 산지가격이 몇 달사이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 시기에 정부가 챙겨야 할 것은 구제역 때문에 쇠고기 가격 상승이 아니다. 오히려 김영란법 시행이후 하락한 산지가격 대비 요지부동 상태인 소비자가격을 바로 잡을 방안을 내놔야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계란값 폭등을 학습한 음식업계의 얄팍한 가격인상을 나몰라라 하고 쇠고기 수입은 운운하는 정부는 정녕 어느나라 정부인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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