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FTA 재협상 보다 ‘충실한 이행’ 요구할 듯

“한국경제는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불확실성 앞에 놓일 것이다.”

지난 18일 대한상공회의소 주관의 ‘트럼프시대, 한국경제의 진로’라는 제목의 세미나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매튜 굿맨 미국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통상 외교와 관련, ‘잠재적 위협’이 내재된 상황임을 분명히 밝히며 이같이 얘기했다.

제조산업을 비롯해 농산업 등이 가장 먼저 보호무역주의의 영향권에 들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각 경제분야는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분주한 반면, 농업분야는 대미통상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조차 기록이 아예없거나, 기관의 연구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뒷전’이란 지적이다.

최근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에너지미래포럼 주최 조찬 강연에서 “금년은 매우 불확실하고 과거 어느 때보다 매우 위중한 한해”라고 상황 인식을 강조했다. 우 차관은 지난 19일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대미통상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미국 신정부의 통상정책 동향과 대응방안에 대해 토의하고 기관별 계획을 논의했다. 무역협회, 대한상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삼성경제연구원 등이 참석했고, 농업분야에서는 농촌경제연구원이 합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미FTA의 ‘호혜적 성과’를 집중 홍보하는 동시에, 보호무역에 관한 각종 시나리오를 세우고 대책을 논의하자고 결론을 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농업분야는 거론조차 안됐다는 전언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 최근 ‘미 대선 이후 예상되는 경제정책 변화의 영향과 우리의 대응방안’이란 보고서에서 미 보호무역주의 강화 조치로 한미FTA 재협상을 강력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진단하면서, 산업별 대응방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리나라 대표적 수출산업인 자동차, 철강, 조선, 섬유, 반도체, 가전 등은 물론, 석유화학, 정보통신기기, 디스플레이, 정유 등까지도 우려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농업분야는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통상외교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은 별도의 양국간 FTA 재협상보다 기존 협정의 ‘충실한 이행’을 주문하고 압박할 공산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농산물 개방 압박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도 한미 FTA를 통해 157억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 규모가 한미 FTA 이전에 비해 200% 증가했고, 한국으로 들어온 미국산 농축산물도 크게 늘었다고 덧붙이고 있다.특히 농축산물의 경우 2015년 미국이 한국에 수출한 규모는 2011년에 비해 31% 증가했고, 이는 전 세계에 수출한 미국 농축산물 평균 증가치의 7배에 달하는 수치란 점이 강조돼 있다.실제 최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냉장·냉동 합산)은 1만3천921톤으로,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인 1만310톤보다 3천611톤 많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호주산을 앞선 것은 2003년 12월 이후 약 13년 만에 처음이다.

민간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 자체보다 FTA의 충실한 이행을 통한 주요 현안 해결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제조산업의 자국으로의 복귀, 농민층 득표율이 62%에 달하는 점을 고려한 농업분야 추가개방 등은 예상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분석은 쌀관세율 인하, 쇠고기 추가개방, SPS(위생및검역조치) 재검토 등을 분명히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나리오별 연구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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