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들이 새해 벽두에 날벼락을 맞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사상초유의 벼 우선지급금 환수조치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확기 공공비축미 36만 톤과 시장격리용 29만9천 톤을 수매하면서 지급한 우선지급금이 공공비축미 최종 매입가격보다 많다며 그 차액을 농업인에게 돌려받겠다는 것이 정부의 환수조치. 벼 1등급 40킬로그램 한 포대 기준으로 4만5천 원을 지급했는데 정부의 실제 매입가격이 4만4천140원이니 그 차액인 한 포대 860원을 농업인에게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기가 차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제대로 하는 일 하나 없이 남 탓만 하는 박근혜 정부의 후안무치함을 수없이 봐온 탓인지 이제 신물이 날 정도다. 모든 책임을 국민에게, 농업인에게 떠넘기는 데 도가 텄다. 사사로움으로 국정을 농단하고 철면피로 헌법을 농단한 대통령과 그의 참모, 그리고 내각 관료들이 하나같이 책임회피에 골몰하고 있으니 국민은 아파도 하소연할 데 없는 처지다.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사태도 그렇다. 삼천만 마리를 훨씬 웃도는 가금을 도살해 산업기반마저 붕괴위기에 빠트리고, 날달걀 수입이라는 기상천외한 일까지 벌이면서도 정부는 제 책임과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사한 사태를 겪은 일본의 백만 여 마리 처분에 견주면 거의 서른 배에 가까운 피해다. 그런데도 정부는 속수무책일 뿐이고, 적반하장 격으로 전염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고 있다. 대체 정부는 누굴 위해 존재하는가, 허공에 종주먹대듯 묻고 싶다.

정부는 현 사태를 곰곰이 따져 생각해보라. 먼저, 공공비축미 실제 매입가격에도 여러 의문이 있다. 엿장수 맘인 양 매입시점과 매입가격을 책정하지 않았나, 수매부터 비축, 시장격리까지 가격결정의 주체는 누구인가 등등 실제매입가 산정이 석연찮다. 손대지 않고 코 푸는 정부로서는 농협과 농업인 간의 대립과 충돌을 조장한다는 죄책감도 있을 리 없다.

벼 우선지급금 환수조치는 당장 없는 일이 되어야 한다. 쌀값 대폭락으로 소득이 줄어 빈 주머니만 만지작거리는 농업인에게 아예 호주머니를 내놔라 윽박지르는 꼴이다. 쌀이 남아돈다면서도 밥쌀용 쌀 수입을 강행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통해 적정 쌀값을 지지해야할 정부는 ‘영구 없다’며 농업인을 우롱해왔다. 제 책임과 잘못을 인정하고, 농업인의 빈 호주머리를 채워줘야 진짜 ‘정부’다. 더 큰 화를 부르지 말고 환수조치를 당장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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