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종 성
(사)한국계란유통협회 회장



계란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우선 최악의 사태로 평가받고 있는 이번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인해 산란계 살처분 숫자가 기하학적으로 늘어나면서 생산량 급감으로 유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아쉬운 점은 탄탄한 산업일수록 위기에 강하겠지만 이번 AI 사태는 계란산업의 부실함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위기 대응 능력은 고사하고 계란 수급 체계까지 일순간에 무너져 계란파동 현상이 심화됐다.

이번 AI 여파로 알을 낳은 닭인 산란계가 30% 가량 살처분 됐다. AI 사태 이전 국내 하루 평균 계란 공급량은 4,300만개 수준이었으나 살처분 여파로 인한 하루 평균 공급량은 3,000만개에 그쳐 계란 부족분은 1,300만개에 달한다. 때문에 30개 한 판 가격이 지난달 5000원대에서 올해 1월 8,237원으로, AI 최초신고날인 지난해 11월16일 5,678원 보다 47% 가량 급등했다. 최근에는 1만원을 넘어서 계란값 고공행진이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계란값 파동이 순전히 계란유통상인들의 농간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호도했다. 한마디로 계란유통인들이 매점매석(買點賈惜) 하고 있다는 따가운 비난을 받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 이번 AI 사태로 인해 계란유통인들은 거래처에 납품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문을 닫은 상인들이 속출했다. 계란유통은 통상적으로 거래처에 외상값을 깔아놓고 영업하는게 관행이다. 그런데 거래처에 계란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면서 수금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부도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계란유통인들은 전국 각지 산란계농가를 수소문해 물량을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쏟았지만 농가들의 과욕에 어안이 벙벙할 때가 많았다. 계란 고시 가격이 190원대임에도 유통인들은 30원 가량 웃돈을 제시했지만 농가들은 50원 이상의 웃돈을 요구해 난처하게 만들었던 것.

농가들에게 당장의 이득에 눈이 멀어 과욕 부리지 말고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상생하자고 수차례 제안했지만 농가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일방적으로 농가들의 욕심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계란산업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아둔함에 계란산업이 또다른 위기에 내몰리지 않을까 염려가 앞선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계란을 수입해 오는 사태까지 야기됐지만 이보다 심각한 것은 계란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평소 4,000만개의 계란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3,000만개 계란이면 수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다. 소비급감으로 인해 계란 물량이 감소한 탓이다.

정부는 설 대목에 물량 부족사태를 위해 계란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수입 계란은 조만간 ‘미운 오리새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국내산과 비슷한 가격으로는 유통상인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설 대목 이후에도 계란값이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을 경우 소비급감 현상은 더욱 심화돼 매우 심각한 현상이 초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찌됐든 이번 AI 사태로 인해 계란산업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농가들과의 상생의지가 여전히 부족했으며 수급조절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을 목격했으니 이제는 이를 극복하고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면 된다.

우리말 속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의 반대 의미를 담은 중국 속담이 있다. 바로 ‘양을 잃고서 우리를 고친다(망양보뢰, 亡羊補牢)’이다. 일이 실패한 뒤에라도 바로 수습을 하면 늦지 않다’는 긍정의 뜻을 담고 있다. 비록 일이 한 번 어그러졌더라도 그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분발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의 계란산업이 귀담아 들어야 할 속담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