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직화로 위축된 농업기술센터 재도약 발판마련

“농촌지도직 업무는 뒷전이고 지자체 잡일하느라 하루 일과가 빠듯하다.”, “지자체장이 누구냐에 따라 툭하면 농정과 행정이 합병과 분리를 하는 통에 기술센터가 난도질당하는 기분이다.”

지난 1997년 지방자치제 실시에 따라 도 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가 지방직화 된 이후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농촌지도직의 천대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1997년 162개였던 농업기술센터는 2016년 156개로 줄었고 그중 67곳(43%)은 행정과 통합돼 농업기술센터의 고유 업무가 위협받고 있다. 지도직 인력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1997년 6,839명이었지만 2016년 현재는 4,320명으로 대폭 줄어 일선 영농현장에서 농업인들의 불만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농촌진흥청과 도농업기술원, 시군농업기술센터가 일원화되지 못하고 ‘따로국밥’처럼 제각각 운영되다 보니 지방직화 이후 오히려 농업·농촌이 뒷걸음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지방직화 이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선방안으로 ‘농촌진흥법’ 개정과 별도의 법률 제정을 두고 고민 끝에 ‘지방농촌진흥사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마련키로 했다.
이 법률은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송양호 교수를 책임연구원으로 두고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연구 끝에 최근 총 20조로 구성된 최종 법률안을 내놨다.

이 법률안 제3조에서는 국가는 지방농촌진흥을 통한 지역적인 농산업·농업인·농촌의 경제·사회발전을 위해 종합적인 지방농촌진흥계획을 세우고 행정적·기술적·재정적 지원을 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지방농촌진흥계획을 기반으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지방농촌진흥계획을 세우고 사업추진에 필요한 행정적·기술적·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제6조에서는 농진청장은 지방농촌진흥사업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등의 유기적·효율적 추진을 위해 농진청에 전담부서를 두도록 했고, 자치단체장은 농진청의 지방농촌진흥사업 전담부서의 유기적·효율적 수행을 위해 지방농촌진흥사업 전담부서를 두도록 명시했다.

제12조에는 농진청장이 지방농촌진흥기관의 전문인력 배치 및 운영실태를 조사할 수 있도록 했으며 그 배치 및 운영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지자체장에게 시정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법률안은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 기관장의 역할과 직급, 농업기술원 과장 및 시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의 복수직화(연구·지도관)도 명시했고 일부 행정통합된 농업기술센터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무시하고 행정직 공무원을 소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원천 차단시켰다.

그러나 ‘지방농촌진흥사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까지는 녹록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무엇보다 이번 법률안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어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단체장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지방직화로 인해 국가와 지역농업의 균형발전 약화, 현장서비스 저하 등 농업·농촌 발전에 발목을 잡는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야기돼 왔다”면서 “이 법률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행정자치부 등과 충분한 협의하는 한편 의원 입법을 통해 빠른 시일내 법률이 시행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일선현장 지도직 공무원들은 대환영했다. 화성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농업기술센터가 좌지우지 되고 고유의 업무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만이라도 타개할 수 있다면 큰 성과일 것”이라며 “지방직화 이후 벌써 20년이 지난 현재 이 법률안이 마련된 것은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어떻게든 시행될 수 있도록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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