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변동직불금만 증액… 농업계, “사실상 예산 줄이기”

최근 내년도 농식품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된 가운데, 당초 정부안보다 5천억이 증액된 변동직불금을 이유로 다른 예산은 오히려 깎이는 상황이 초래됐다. 결국 김재수 농식품부장관의 ‘쌀 예산 집중이 농업발전의 걸림돌’이란 주장이 힘을 얻어 대대적인 직불금 수정 작업이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3일 새벽 국회에선 2017년 예산안이 통과됐다. 농식품부는 2017년 소관 예산과 기금의 총 지출액이 2016년보다 667억원(0.8%) 증가한 14조4천887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하지만 실질적인 예산배정 내용은 쌀 변동직불금을 제외하고는 삭감됐다.

국회 농해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연이어지는 쌀값 하락으로 쌀변동직불금 예산이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9천777억원보다 5천123억원이 증액된 1조4천900억원으로 확정했다. 목표치 쌀값인 80kg당 18만8천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85%까지 고정직불금과 함께 지원해주는 변동직불금 규모가 올해의 2배에 달할 것이란, 쌀값 폭락 예측 때문이다.

이미 총예산이 한정된 가운데, 쌀변동직불금이 증액되면서 ha당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쌀생산량을 줄이자는 ‘쌀생산조정제’(904억원)가 폐지됐고, 축산분야 도살처분 보상금도 600억원이 깎인 400억 규모로 대폭 낮게 배당됐다.

농가 사료직거래 활성화사업 예산 800억, 산지유통종합자금사업 예산 1천100억, 물류구매시설 현대화 사업 예산 1천억 등이 삭감됐다.

관련 상임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실무자들과 400조의 ‘수퍼예산’에 농업예산도 이에 비례해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수차례 협의가 진행됐으나, 상황을 진전시키려는 자세가 전혀 없었다”면서 “일례로 쌀생산조정제를 설명하면서 과잉생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실효성이 의문이라며 오히려 직불제에 편중된 예산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기재부의 이같은 반응은 김재수 장관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김 장관은 지난달 27일 언론사 주최로 열린 한 포럼에서 “올해 농식품부 예산 14조4천억 가운데 35%인 5조원이 수매와 직불금 등으로 쌀에 집중돼 있다”며 “쌀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정책과 예산이 농업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김장관의 ‘쌀직불금 걸림돌’ 발언은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도 수차례 포착됐다. 여기에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도 “쌀에 대한 수요와 다르게 예산이 편중돼 있는 것은 개선할 사항으로 보이며, 우선 변동직불금 편성의 기준인 쌀목표가격을 실제적으로 낮추는 등의 개선방안이 요구된다”고 분석자료를 냈다.

때문에 농식품부 예산배정은 김 장관의 직불제 개편 의도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농식품부가 현재 진행중인 직불제 관련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개편방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농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재의 쌀수급 불안은 직불제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양곡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이런 책임 회피에 농업예산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민간 농업연구단체 한 관계자는 “변동직불금이 과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쌀값 하락 요인을 분석,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특히 정부의 양곡정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적용되는지 따져봐야 할 일”이라며 “이번에 생략한 쌀생산조정제 또한 시범 실시 개념으로 점차 확산시키는 과정으로 봐야 하는데, 미리 차단한 것은 농업예산을 줄이겠다는 처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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