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불법거래… 상장예외중도매인의 중도매인 ‘판매’



서울시공사 “중도매인간 거래, 관련자료 없고 구분도 못해”


상장거래는 과거 위탁상의 부정적인 관행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공영도매시장 설립과 함께 추진됐다. 그러나 모든 품목을 경매하기 힘든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해 지난 1994년 11월 1일 농안법 개정을 통해 상장예외제도가 도입됐다. 도입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몸집을 불려온 상장예외가 이제는 상장거래를 위협하며 공영도매시장의 유통질서를 잠식하고 있다.



 “명분 없는 상장예외, 바로잡아야”

최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가락시장)과 광주광역시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서부시장)은 각각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번에 열린 두 시장의 시장관리운영위원회는 상장예외 관련 안건을 심의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지난 11월 29일 개최된 가락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회는 바나나와 오렌지 등 수입농산물 일부와 포장쪽파, 풋옥수수 등 기존 상장품목 일부의 상장예외품목 확대 지정을 심의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상장예외품목 확대 요구가 중도매인(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요구주체가 출하자가 아니다. 중도매인 스스로가 자신들이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상장예외품목 확대를 요구한 것이다.

중도매인은 수입산 바나나·오렌지·포도·당근·대파에 대해 “통관 단계에서 가격 결정으로 상장거래의 필요성 저하와 수수료, 하역비, 배송비 등 추가 비용 발생으로 중도매인 가격경쟁력 저하”를 사유로 들었다.

단호박, 늙은호박, 로메인, 실파, 풋옥수수, 블루베리, 유자 등에 대해서는 “연간 반입물량이 적고, 품목의 특성으로 취급 중도매인이 소수이며, 도매시장법인의 집하 능력이 취약한 품목”이라는 사유를 붙였다.

포장쪽파에 대해서는 “현행 ‘산물쪽파’가 상장예외인데 포장 형태에 따른 구분은 불합리하기 때문에 출하자의 혼란 방지를 위해 상장예외로 통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광주광역시 서부시장은 지난 12월 6일 열린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통해 쪽파의 상장예외품목 지정에 대한 문제를 심의·의결했다. 결과는 위원회 16명 가운데 15명이 참석해 쪽파의 상장예외거래 허용을 반대했다. 표결은 13:2. 소비자와 출하자의 공감대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서부시장의 쪽파거래는 일부 중도매인의 직접집하 및 장외거래가 언론을 통해 드러났고, 광주광역시 감사위원회 감사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문제는 상장거래 강화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에서 민원해결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일부 시의원의 섣부른 공명심으로 상장예외거래 도입이라는 조례 개정이 강행됐다.

 공청회와 토론회 과정에서 대다수 출하자와 전문가들이 도입 불가의견을 밝혔음에도 무시됐다. 도매시장 업무규정의 승인권을 가진 농식품부 조차 절차상의 문제를 들었지만, 조례는 강행 공포된 상태이다.


“반입량 및 취급 중도매인 많은 상장예외 → 상장품목 지정필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상장되지 아니한 농수산물의 거래허가)에서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거친 후 개설자가 허가할 수 있는 3가지 상장예외품목 허가 조건으로 △각 부류별 연간 반입물량 누적비율 하위 3% 미만 소량품목 △취급 중도매인이 소수인 품목 △상장거래에 의해서는 해당 품목의 거래가 현저히 곤란하다고 개설자가 인정하는 품목이다.

이를 근거로 가락시장 상장예외 확대 요구품목을 짚어봤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2015년 가락시장 거래물량 기준 수입산 바나나·오렌지·포도·당근은 기본적으로 반입물량이 적은 소량품목이 아니다. 또한 취급 중도매인도 많고, 상장거래가 곤란하지도 않다.

단호박, 늙은호박, 로메인, 실파, 풋옥수수, 블루베리, 유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호박과 늙은호박의 경우 정확한 반입물량 누적비율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풋옥수수의 경우 반입물량 누적비율 9.68%에 달했다.

특히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취급 중도매인의 경우 △실파 57명 △블루베리 446명 △유자 212명 △단호박(일반) 165명 △늙은호박 127명 △로메인 131명 △풋옥수수 240명이다. 결코 취급 중도매인이 적지 않고, 이에 따라 거래가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기도 어려워 보인다.

포장 형태에 따라 상장과 상장예외로 구분된 포장쪽파와 산물쪽파는 상장품목으로 하는 것이 농안법에 근접한 해석이다. 농안법은 부류별 반입물량 누적비율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포장 형태는 의미가 없다. 산물쪽파를 상장예외에서 상장품목으로 정상화 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상장예외품목 확대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시장관리운영위원회는 기존 상장예외품목 가운데 농안법이 정하고 있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품목을 대상으로 상장품목 지정을 요청하고 심의해야 한다.

이럴 경우 2015년 기준으로 부류별 반입물량 누적비율 3% 이상이면서 현재 상장예외품목으로 허가되어 있는 △고구마 (39.04%) △알타리무 (36.09%) △마늘 (34.49%) △양상추 (31.48%) △브로콜리 (14.16%) △콩나물 (12.89%) △파인애플 (9.25%) △생강 (8.51%) △숙주나물 (8.17%) △참나물 (7.84%) △두부 (7.51%) △갓 (7.2%) △취나물 (6.06%) △물미역 5.57%) △고사리 (4.9%) △매실 (4.28%) △비름 (3.53%) △다래 (3.36%) △연근 3.19%) △우엉 (3.03%) 등은 상장거래 품목으로 심의되어야 한다.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서경호 주무관은 “늘어나는 상장예외품목 가운데 다시 상장품목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내년 농안법 개정을 위한 논의과정에서 상장예외거래 관련 문제를 심도있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장예외중도매인의 일반 중도매인 판매는 위법”

바나나와 오렌지 등 수입농산물의 상장예외품목 지정에 대해서는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공시자료에는 출자기관인 가락시장정산(주)와 서울농수산시장관리(주)의 배당 현황이 나타나 있다. 두 곳 모두 2015년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상장예외품목의 정산업무를 담당하는 가락시장정산(주)는 2014년 5월 본격 운영된 이후 첫 풀타임 운영된 ‘2015년 -1,900만원’을 기록했다. 더욱이 2015년 말에는 정산회사 수수료 인상을 위한 연구용역이라는 의혹을 샀던 ‘가락정산(주) 운영 개선 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가 제출됐다.

이 때문일까.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2014년 당시 가락시장정산(주)의 조기정착 방안으로 당근과 수입과일의 상장예외품목 확대를 검토한 바 있다. 당시 검토된 바에 따르면 수입과일은 가락시장 과일류 전체 거래금액(2012년 기준)의 26%. 도매시장법인이 구매자인 중도매인과 출하자인 수입업자 사이에서 손쉽게 4%의 통행료(수수료)를 챙기고 있기 때문에 이를 상장예외로 지정할 경우 정산회사를 조기에 정착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본지 2014.1.13.일자. 정산회사 조기정착이 ‘상장예외’ 확대?

부실한 중도매인간 거래관리도 문제다. 농안법은 중도매인간 거래의 경우 전년도 거래실적(중도매인간 거래실적 제외)의 20% 한도 내에서 허용하고 있다. 대신 매년 다른 중도매인으로 부터 구매한 농수산물의 품목, 수량, 구매가격 및 판매자에 관한 자료를 정해진 양식에 따라 개설자에게 통보해야만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설자에게 통보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양식이 복잡하기 때문에 통보하는 중도매인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도매인간 거래실적은 자료조차 부실하다. 중도매인간 거래실적은 2014년 기준으로 작성된 중도매인간 거래 총량 자료가 전부. 중도매인간 거래는 연간 거래물량 대비 20% 정도로, 1억원 정도의 매출이라면 여기에 더해 2,000만원 정도가 중도매인간 거래라는 것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답변이다.

더 큰 문제는 불법거래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일반 중도매인(상장거래)과 상장예외중도매인간의 거래 실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농안법이 허용한 중도매인간 거래는 일반 중도매인끼리, 상장예외중도매인끼리의 거래를 의미한다.

따라서 상장예외중도매인이 상장예외품목을 일반 중도매인에게 판매할 경우, 상장예외중도매인과 일반 중도매인 모두 농안법 위반이 된다.

그럼에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상장 및 상장예외 업무의 지도·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농산팀 관계자는 “상장예외중도매인이 중도매인에게 판매할 때 전년도 거래실적의 20% 한도를 농안법이 허용하고 있다”면서 “중도매인간 거래와 중도매인과 상장예외중도매인간 거래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 8월 농식품부가 국민신문고에 제기된 상장예외중도매인과 일반 중도매인의 거래에 대한 답변은 “상장예외중도매인이 상장예외품목 취급 허가를 받지 않은 일반 중도매인에게 상장예외품목을 판매하는 것은 허가받지 않은 거래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안에 따라 상장예외중도매인은 농안법 제74조(거래질서의 유지) 위반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일반 중도매인은 상장되지 않은 농산물을 구매했기 때문에 농안법 제31조(수탁판매의 원칙) 제2항 위반”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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