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현미’로 쌀 재탄생 시킨 ‘미실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쌀도 거센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단순한 한끼 식사용에서 벗어나 건강을 생각하는 기능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대표적 기능성 쌀은 ‘발아현미’를 꼽을 수 있다.

현미에 적정한 수분과 온도를 공급해 1mm~5mm 정도 싹을 틔운 쌀로 현미의 영양과 기능을 극대화시키면서 현미의 단점을 극복한 쌀이 바로 ‘발아현미’이다. 현미는 발아되면서 질감, 식감이 부드러워지고 영양성분이 최대로 활성화된다. 발아현미에는 GABA 등 다양한 건강기능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발아과정에서 성분의 활성이 나타나 기능성 물질이 증대된다.

또한 뇌세포 대사 기능을 촉진시키고 고혈압을 예방하고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정신안정에 도움을 주는 등 다양하게 작용하는 GABA 성분이 백미보다 10배, 현미보다 3~5배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식이섬유가 흰쌀보다 3배 더 많으며 당뇨나 고협압 등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발아현미’를 생산하는 대표기업으로는 전남 곡성군에 자리잡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미실란(대표 이동현)’을 꼽을 수 있다. 미실란은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고 시간이 흘러도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자 ‘식약동원(食藥同原)의 이념을 제품에 담아 국민의 건강 증진에 앞장서고 있다.




■ 박사 농부의 꿈 영글다

1급수 섬진강과 지리산 자락의 한국 대표 청정지역 전남 곡성군. 이곳 곡성읍 장선리의 한 폐교 건물에는 이동현 대표가 이끄는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이라는 친환경 발아현미 가공회사가 자리잡고 있다. 유기농 현미를 발아해 발아현미 발아오색미, 발아현미떡, 미숫가루 등을 생산한다.

이 대표는 서울대 농생물학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일본 문부과학성 초청 장학생으로 규슈대에서 생물자원관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박사 농부’다. 그는 2003년 귀국한 뒤 순천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여느 박사처럼 교수가 되려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하지만 실력보다 인맥, 학맥 등에 좌우되는 학계에 이내 실망하게 됐고 농업에서 길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 박사 농부의 무모한 도전

지난 2004년 9월 순천대 연구실 한 칸을 빌려 회사를 차렸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희망의 열매를 꽃피우자’라는 뜻으로 미실란(美實蘭)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전공인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느타리버섯을 가지고 씨름하던 그는 기능성 쌀에 눈을 뜨게 됐다. 수많은 실험 끝에 국내 최초로 유기농 발아현미를 개발했다. 

쌀을 말릴 때 생기는 ‘쪼개짐’ 현상도 없애 건조 후에도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는 기술을 개발했다. 발아할 때 발생하는 시큼한 효소냄새도 없애 밥맛을 더욱 부드럽게 했다. 이렇게 개발한 유기농 발아현미는 영양성분이 풍부하고 혈압과 혈당을 낮추고 아토피 피부염 개선 등에도 효과가 좋았다.

 ‘유기농 쌀농사의 대부’로 불리는 전남 보성군의 강대인 씨는 이 대표의 발아현미에 감동받아 즉석에서 7000만 원어치의 쌀을 외상으로 공급해줬다. 마침 친환경 농산물을 군의 특화사업으로 육성하려 했던 고현석 전 곡성군수가 그를 곡성으로 불러들였고 2006년 곡성읍의 폐교로 본사와 공장을 이전했다.

■ 포기하지 않는 열정으로 재도약

이 대표는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에 매진해 ‘발아현미 제조기술(특허출원)’을 비롯해 쌀 가공산업 기술력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앞섰다.

그러나 이 대표의 사업 구상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의욕 넘치게 시작한 사업은 험난했다. 지원을 약속했던 고현석 군수는 그해 지방선거에서 낙선했고 지원을 약속한 공무원들은 ‘나 몰라라’할 뿐이었다.

애써 생산한 제품은 어떻게 팔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마케팅과 유통에는 경험이 전혀 없는 이 대표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면 저절로 잘 팔리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무작정 상품을 특급호텔과 유명 백화점에 보냈다. 그러나 제품에 대한 관심과 정보가 없던 터라 대부분이 반송돼 왔다. 알음알음으로 알아보는 고객들에게 판매한 2006년 첫해 매출은 7800만원. 직원들 월급 줄 돈도 없어 이 대표는 친지와 친구들에게 2억 원 가까이 빚을 져야 했다. 앞날이 보이지 않았다. 선후배들은 대학과 연구소로 돌아오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 ‘한국대표 명품 식품’으로

침 그가 수업을 듣던 한국벤처농업대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이 대학을 이끌던 민승규 박사(전 농촌진흥청장)는 그에게 우수한 제품뿐 아니라 마케팅 판매 등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깨우쳤다.

그곳에서 만난 CJ오쇼핑의 임병혁 ‘1촌 1명품 추진사업단장’은 이 대표의 제품을 알아보고 이를 CJ오쇼핑의 ‘1촌 1명품’으로 소개했다. CJ오쇼핑은 원료 입고부터 보관방법, 포장상태, 입출고 내용, 생산라인 등을 꼼꼼히 점검한 끝에 발아현미를 ‘1촌 1명품’으로 선정했다.

TV홈쇼핑 및 인터넷몰에서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매출도 급격히 늘었다. 타워팰리스 스타슈퍼,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의 프리미엄 매장에도 입점했다. 미실란 매출도 2008년 5억3000만 원, 2009년 7억8000만 원으로 날개를 달고 성장했다. 올해는 약 12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 해외시장 진출 도전

미실란은 지난 2009년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으로 지정됐고 2010년에는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과 함께 1만3200m²(약 4000평)의 논에 300여 종의 벼를 시험재배하며 발아현미에 적합한 품종을 선정해 보급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국내 최초로 발아현미 원료곡 ‘삼광벼’ 생산단지도 조성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2010년 곡성군, 농협지부, 지역농협, 생산농가가 공동으로 원료곡 계약생산 및 산업화 협약을 맺는 쾌거와 함께 지역을 넘어 타지자체에 이르기까지 원료곡 생산을 넓혀가고 있다.

이와 함께 국립식량과학원과 공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이용한 발아현미 떡, 미숫가루, 면류 등 2차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발아현미 가공산업을 고소득 창출하는 고부가치 농산업으로 재도약시키는데 노력했다.

이 대표는 조만간 발아현미와 미숫가루 등을 일본 중국 유럽 등 전 세계로 수출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충분히 발아현미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 대표는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 쌀산업 가치 향상 상복 터져

지난 2015년 10월 이동현 대표는 제24회 대산농촌문화상(농업기술부문)을 수상했다. 다양한 쌀 가공품 개발과 산업화로 우리나라 쌀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높이고 농가의 안정적 소득 증대와 친환경농업 확산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또 원료곡의 철저한 품질 관리와 안정적 생산을 위해 곡성읍 신기리, 장선리, 겸면 마전리에 친환경 원료곡 생산단지를 조성하는 등 고품질 관리로 농민 삶의 질 향상과 산·관·연·농민의 협력 모델을 제시한 공도 높게 인정받았다. 

앞선 2007년에는 전라남도친환경농업대상 최우수상, 전라남도 도지사 표창, 전국친환경농산물품평회 가공분야 은상, 농림부장관 표창, 2008년 자랑스런 전남인상, 2009년 신지식농업인상, 전국친환경농업대상 유기가공부문 은상 등 수상이 줄을 잇고 있다.

■ ‘미실란 낭만부엌’ 예약전화 빗발

이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미실란이 생산한 제품으로 직접 밥을 지어 판매하는 먹거리 장터에 뛰어들었다. 가게명도 그럴싸하다. ‘미실란 낭만부엌’이다.
‘미실란 낭만부엌’은 지역의 식자재와 문화를 활용해 스토리가 있는 향토음식으로 상품화하고 우리 식문화 계승을 위해 조성한 농촌형 소규모 외식공간이다.

‘미실란 낭만부엌’은 직접 재배한 발아오색미를 이용한 발아오색새싹비빔밥, 두부샐러드와 석곡의 흑돼지 및 미실란에서 재배 한 연잎을 이용한 흑돼지 연잎 수육 등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식사 후 계절에 따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발아오색미숫가루, 현미곡차 등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손님을 맞이한다.
제대로된 밥맛을 즐길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예약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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