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 떨지 않고 겸손함 유지가 성공비결이죠”

“남들처럼 벼농사를 짓는 그저 그런 농사꾼은 애초부터 싫었습니다. 농사꾼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상 어떤 작목을 선택할까 고민이 깊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연을 맺게 된 닭을 보면서 ‘이거다’ 싶었습니다.”

전남 여수에서 36년째 육계사육에 매진하고 있는 주영농장 정기주 대표는 지역에서 내노라하는 축산농가다. 지역 인근을 통틀어 경종가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정 대표의 육계사육은 늘 관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현재 육계 6만수 규모의 육계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굴지의 H사와 사육계약을 맺고 연간 6회전, 사료요구율은 1.5대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소득은 벼농사보다 훨씬 높아 만족할 수준 이라고.

흔히들 농작물은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정 대표는 육계도 농작물과 같이 쉼없이 호흡을 함께 해야 사육성적이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정 대표는 병아리 입추부터 출하 때까지 통상 40일 전후로 외부 활동을 철저하게 자제하고 있다.

정 대표는 36년째 안정적으로 육계 사육에 매진할 수 있는 비결로 ‘겸손함’을 꼽았다.
“병아리가 입추되면 가장 민감한게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온도가 조금만 낮아지면 병아리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결국 사육성적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백신 프로그램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마디로 ‘건방’ 떨어서는 안됩니다. 늘 겸손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육계 사육의 성패는 농장주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병아리와 사료 품질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여건상 병아리 품질을 담보할 수 없는데다 곡물 수입의존도가 높아 사료 품질 또한 기대를 접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 대표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축산업의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농가 입장에서 양질의 병아리, 사료품질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글로벌 경쟁이 화두인 요즘 계열회사들이 병아리와 사료품질 강화를 위해 더욱 분발해 준다면 농가들은 더 우수한 품질의 닭고기 생산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육계업을 평생 천직으로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정 대표에게 최근 불안감이 엄습해 오고 있다. 계열회사들이 경영비 절감을 이유로 장거리 농가들과 계약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

정 대표는 “경영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계열회사들의 의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만 평생 육계업을 영위해온 농가들에게 거리가 멀다고 하루아침에 생업을 포기하라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대부분의 도계장이 전라북도에 집중돼 있어 여수, 순천 인근 양계농가들은 상대적으로 ‘서자’ 취급을 당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바쁜 와중에도 정 대표는 농업경영인여수시연합회 수석부회장을 거쳐 현재는 농촌지도자 활동에 푹 빠졌다. 혼자만 잘 살겠다는 이기심보다는 지역민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이 소신인 정 대표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농민단체 활동을 우선 순위로 두고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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