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삼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과장



농촌에서 자란 중장년층에게는 어린 시절 여름방학이 끝나면 잠자리나 메뚜기 등을 채집해 방학숙제로 제출했던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 곤충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장난감이 없던 시절에는 놀이감으로써 그리고 때론 친구로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곤충이 여러 곳에 쓰이면서 다양한 자원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곤충에서 발굴한 유용한 물질이 생활용품과 의약품의 소재로 이용되고, 곤충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영양소는 우리 식탁을 더욱 더 풍성하게 하고 있다.

곤충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해로운 세균 등이 침입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체방어물질을 분비하는 것이다. 이 물질은 강한 항균 활성을 갖는데,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균에 대해서도 항균력이 뛰어나 차세대 항생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애기뿔쇠똥구리’라는 곤충에서 새로운 항생물질을 분리해 내는데 성공했다. ‘코프리신’으로 이름 붙여진 이 물질은 인체에 해로운 구강균, 피부포도상균, 여드름 원인균 등에 대해 강한 항균 활성을 나타낸다. 또 장내에서 급성 위막성 대장염을 일으키는 균에 대해서도 탁월한 항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코프리신은 피부친화성 화장품 소재로 이용되고 있으며, 장염 치료를 위한 의약 소재 개발 연구도 추진 중에 있다.

곤충은 또 식량자원으로써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곤충은 작지만 단백질 함유량이 육류에 버금갈 정도로 풍부한 영양의 보고다. 또한 탄수화물과 지방뿐만 아니라 철, 아연, 마그네슘 등 무기질을 비롯해 비타민, 식이섬유도 많이 들어있다. 그리고 다른 대형 가축에 비해 친환경적으로 사육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곤충을 ‘작은 가축(little cattle)’으로 부르고, 미래 식량난을 해결해줄 대안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미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곤충을 식품소재로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고부가가치 식품 개발을 위한 곤충 식용화 열기가 뜨겁다. 농촌진흥청은 갈색거저리 애벌레,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장수풍뎅이 애벌레, 쌍별귀뚜라미 등 곤충 4종에 대해 과학적 안전성 입증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현재 이들 식용곤충을 이용한 다양한 조리법과 메뉴가 개발되고 있으며, 식용곤충을 재료로 한 쿠키, 양갱, 파스타, 고로케 등을 만들어 파는 곤충 전문카페와 요리전문점 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균형 잡힌 영양 공급이 필요한 유아, 노인, 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특수의료용 식품 개발 연구도 한창이다.
 
이밖에도 곤충은 학습애완용, 환경정화용, 천적용, 화분매개용, 사료용 등 그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다.
국내 곤충산업 시장규모는 2015년 기준 약 3,000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매년 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2020년에는 약 5,000억 원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곤충산업 시장규모도 2020년에 최대 38조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곤충은 지구상에 약 130만 종이나 된다. 앞으로 곤충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끊임없이 발굴해 활용해 나간다면 곤충산업이야말로 황금알을 낳은 산업이 될 것이다.
몇 년 전 상영된 ‘설국열차’라는 영화에서 꼬리 칸 열차에 탄 사람들에게 식량을 대신해서 배급되던 양갱처럼 생긴 단백질 블록이 바퀴벌레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영화 속 장면이 이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바야흐로 곤충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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