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남짓 지나면서 우려했던 농축산업의 매출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공신력 있는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통계를 낼 수 없지만, 최근 도매시장이나 식당, 일부 유통업계 매출실적을 보면 여기저기서 매출감소에 따른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한 국회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우전문식당 매출이 22% 감소했고, 인삼·버섯 등 선물세트 판매도 최고 30%가 넘는 감소실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화훼분야는 도매시장 거래량이 20~30% 가량 줄었다. 거래가 줄었다는 건 소비가 줄었다는 말이다.

비싼 한우나 인삼, 버섯은 대표적인 선물세트로 추석, 설이 대목이다. 이외엔 접대 등 생활속에서 소비되는 산업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만연했던 접대문화가 개선되고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현상으로 본다. 생산자인 농축산인들에겐 분명 문제가 있는 법이지만 대다수 국민의 인식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분야는 국민들의 호주머니만 두둑해지면 언제든 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이제껏 그래왔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화훼산업은 상황이 달라서 걱정이 많다. 꽃은 좋아하지만 사거나 선물하는데 인색한 우리 국민들의 꽃소비문화 때문인데, 먹고 마시는 것처럼 일상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분이어서 김영란법이 아니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고, 단지 꽃소비를 줄이는 촉매제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말이다. 이미 화훼산업은 매년 소비가 줄고 있는데다 생산농가마저 감소해 온 현실이 그 방증이다.


정부나 화훼업계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1사무실 1화분 운동’을 벌이는 등 꽃의 일상화 운동 확산을 통한 소비활성화, 즉 내수 활성화에서 답을 찾고 있다. 그러나 국민경제가 나아지지 않으면 이런 운동은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장기적인 경기침체 때문에 국민들이 의식주 이외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 국민경제가 나아져야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꽃 일상화 운동도 효과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몇 경제연구기관에 따르면 국가경제는 지난 2년간 좋아졌지만 국민경제는 오히려 위축됐다고 한다. 정부는 배부른데 국민은 배고프다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꽃 일상화 운동 이전에 국가경제 보다 국민경제가 나아지는 경기활성화 운동을 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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