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친환경닭고기시장 붕괴 시키는 악법” 반발 확산

정부가 추진 중인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기준 강화 정책에 대한 양계인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 불만 수위를 넘어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 9월 5일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기준 강화를 골자로 하는 ‘친환경농축산물 및 유기식품 등의 인증에 관한 세부실시 요령’ 고시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 핵심은 동물용의약품을 단 1회라도 사용할 경우 무항생제 축산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양계농가들은 개정안대로 시행되면 친환경 축산정책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으로, 친환경 축산농가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혼란을 야기시켜 탁상행정의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한국육계협회, (사)대한양계협회, (사)한국토종닭협회 등 양계단체들은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고 “대책 없는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기준 강화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간 무항생제 닭고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항생제 사료 사용은 물론 친환경인증, HACCP인증을 받아야 하고 철저한 사양관리를 기본으로 입추에서 출하, 유통과정까지 생산이력제를 준수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왔다.

특히 사육과정에서 질병이 발생할 경우 수의사 처방을 받아 극히 허용된 항생제를 사용해 충분한 휴약기간을 준수, 출하된 닭고기에서는 일체의 항생제가 잔류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돼 왔다.

축산 선진국인 EU, 미국 등에서도 콕시듐, 장염을 치료할 수 있는 대체제가 개발돼 있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 제한적으로 항생제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닭고기 사육과정에서 콕시듐, 괴사성 장염은 99% 발생해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사육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개정안에서 가금류에 대해 부화 후 1주일간을 질병 취약시기로 설정하고 치료목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괴사성 장염 등은 부화 후 3주 전후에 집중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의 개정안은 전혀 현실이 고려되지 않은 ‘악법’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금류의 경우 무항생제 사육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친환경닭고기 시장 붕괴가 가시화 된다. 여기다 연간 수천억 원에 이르는 친환경축산보조금, 인센티브 수수료 지급 중단,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한 농가의 시설개선 투자비용의 손실 등 추가적인 농가의 경제적 피해를 고려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친환경닭고기 생산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과거처럼 항생제 오남용 사례가 빈번해져 결국 저질 닭고기가 넘쳐나 닭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 표출이 현실화 될 수밖에 없다. 

토종닭협회 문정진 상임부회장은 “정부의 수입개방화 정책으로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가금산업을 두고 이번 정책은 가금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처사와 진배없다”면서 “조속히 양계농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실적인 대안·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계협회 정병학 회장은 “축산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정부의 개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면서 “만약 양계인들의 의지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전국 양계인들은 300만 농민과 연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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