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력 갖춘 리딩기업 역할 다할 터”


수출협상 첫단추 잘못 꽤…실적 쌓기 수출 탈피해야

즐기는 문화 수출해야…삼계탕 수혜 누릴 수 있어

닭고기산업 지속성장위한 중장기 종합대책 마련돼야


“‘삼계탕을 먹는 문화’, ‘삼계탕을 즐기는 문화’를 수출해야만 국내 닭고기산업이 삼계탕 수출의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마케팅은 물론 판매 전략 없이 실적 쌓기식 삼계탕 수출은 한계에 봉착하기 마련입니다.”

(주)하림 이문용 대표는 지난 23일 전북 익산시 소재 하림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삼계탕 중국 수출로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데 대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냈다. 삼계탕 중국 수출은 첫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는 중국과 삼계탕 수출협상에서 레트로트 제품만을 앞세우고 냉동삼계탕은 논의조차 못했다. 중국내 관련법에서 냉동제품에 관한 표기가 없는 탓이 크지만 적어도 우리 정부는 협상 테이블에서 중국측에 관련법 개정을 통한 냉동삼계탕 수출을 강력하게 요구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계탕 중국 수출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정이다. 지난 6월 29일 첫 선적한 이해 두달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중국 삼계탕 수출액은 총 24만2천573달러로 총 74톤에 그치고 있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 시장이 황금을 낳는 거위알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삼계탕의 중국 현지화 과정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이문용 대표는 “삼계탕이라는 먹거리를 중국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설 것인가를 두고 다양한 고민과 함께 전략을 수립했어야 했는데 단순히 수출이라는 명분만 앞세우다보니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실적만 앞세운 삼계탕 수출이 지속될 경우 1회성에 그칠 뿐만 아니라 삼계탕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역효과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표는 “물론 삼계탕이 중국, 일본 등 해외로 수출되면 내수시장에서 적체된 물량을 해소할 수 있고 유통시장의 건전성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조만간 중국내에서 ‘짝퉁 삼계탕’이 생산돼 국내 시장으로 역수출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삼계탕 해외 수출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관세 수입 닭고기의 국내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내시장에만 안주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심각한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하림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백숙’, ‘삼계탕’ 등 단순 요리 판매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가공품 ‘양념육’ 판매 비중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1인가구 500만명, 맞벌이 가구 1000만명인 시대에 이들을 위한 다양한 소포장 양념육 가공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유통시장과 소비자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농가들의 소득이 매년 큰 폭으로 향상되고 있어 수년내 농가당 평균 조수익이 2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농가협의회를 중심으로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계열화사업 추진 방향을 설정해 나갈 것”이라며 “다만 농가들의 소득이 향상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열화사업을 부정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귀 기울이고 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닭고기산업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민.관.연 등이 머리를 맞대 중장기 종합대책이 반드시 수립돼야 한다”면서 “한우, 양돈 등 타산업과 비교해 양계산업은 민간 기업에 떠넘겨져 산업이 연명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하림은 그동안 양계산업의 리딩기업으로써 역할에 최선을 다해왔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다”면서 “그간 밟아온 발자국을 되짚어보고 잘못된 것은 반성하고 부족한 것은 채워나가는 등 앞으로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굳건히 자리를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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