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뒹구는 폐농약용기…토양·하천 오염 주범


농약빈병 매년 약 20%, 농약봉지 약 50% 미수거
환경공단, 수거율 높이기 위해 수거보상금 단가 인상 계획


▲ 한국농촌지도자함양군연합회는 깨끗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 올해로 8년째 폐농약용기 수거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올해 1~7월동안 각 읍면별로 회원들이 틈틈이 수거한 폐농약용기 15톤을 모아 일제 처리하고 있는 모습.
도시민들이 ‘농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일 것이다. 농촌이 도시에 비해 환경오염 요인이 훨씬 적어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농촌도 둘러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부분이 없지 않다. 논과 밭을 거닐다보면 농약빈병과 농약봉지 등 쓰고 버린 폐농약용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에 농촌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폐농약용기의 수거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더욱 철저하게 마련돼야 하며, 또 농업인들의 수거 참여를 높이기 위한 올바른 배출방법에 대한 홍보와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폐농약용기 상당량 미수거…농촌환경 훼손

농약은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다 쓴 농약빈병과 농약봉지 등 폐농약용기가 상당량 수거되지 못하며 농촌환경을 훼손시키고 있다.
폐농약용기는 그 자체로도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요인이지만, 혹여 농약이 소량이라도 남아 있을 경우 유실로 인한 하천, 지하수, 토양오염을 발생시킬 수 있다.

또 심한 경우에는 오염된 하천의 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거나 지하수로 섭취한다면 그곳에 농업인들의 건강까지 침해할 수 있다. 이러한 농약의 유해성 때문에 농약이 담겨있었던 폐농약용기를 아무렇게나 방치하거나 일반생활폐기물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경우 환경오염과 안전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크지만, 여전히 처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공단에서 제공하는 ‘영농폐기물 조사’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2014년) 폐농약 용기가 연평균 약 7,300만개의 발생됐다. 이중 수거량은 연평균 5,300만개로 73%정도만이 수거됐다.

폐농약용기의 재질별로 살펴보면 수거율은 조금 달라졌다. 플라스틱인 ‘농약빈병’의 수거율은 2010년 82.3%, 2011년 86.6%, 2012년 83.0%, 2013년 89.4%, 2014년 83.4%로 대체적으로 높았다. 반면 은박지와 종이 등으로 만들어진 ‘농약봉지’는 2010년 30.3%, 2011년 38.2%, 2012년 59.8%, 2013년 63.4%, 2014년 63.0%로 매해 수거율이 높아지긴 했으나 그래도 농약빈병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생활쓰레기와 버려지기 일쑤…마을별 ‘폐농약용기 수거함’ 설치해야

이러한 통계수치는 농촌현장을 둘러본 결과 부합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논두렁, 밭두렁을 거닐다보면 사용하고 버려진 폐농약용기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특히 농약봉지를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농업인들이 폐농약용기를 수거ㆍ처리하는 과정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농약 사용 후 마을별 폐농약용기 수거함이나 공동집하장에 가져다 놓으면 폐농약용기 처리는 끝이다. 이후에는 민간수거사업자가 이를 환경공단사업소로 운반, 농약빈병은 전문 재활용업체에 유상매각, 농약봉지는 소각업체에 위탁처리하고 있다.

폐농약수거함이 설치된 경기도 평택의 한 마을의 주민은 “예전에는 농약빈병을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아 생활쓰레기를 버릴 때 같이 버리곤 했다”며 “지금은 수거함에 넣기만 하면 알아서 처리해 주니깐 훨씬 편하고 보기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폐농약용기 수거함이 마을별로 설치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의 영농폐기물 수거처리체계 연구용역 보고서(2013)에 따르면, 2013년도 기준 전국에 약 1만2천여개의 폐농약용기 수거함이 설치돼있다. 이후 지자체에 따라 더 설치된 곳이 있다하더라도 전국에 마을이 3만5천여개에 달하는 것을 감안할 때 3분의 1만이 설치돼있는 실정이다.

충청남도 당진에 거주하는 한 농업인은 “고령층이 많은 농촌의 특성상 농가에서 개인적으로 폐농약용기를 처리하는 것은 힘들뿐더러 소량일 경우 번거롭다는 이유로 생활쓰레기와 함께 버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마을별로 폐농약용기 수거함이 있다면 접근성이 쉬워 수거율을 높이는데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관리단체 정해 수거사업 효율성 높여야

폐농약용기의 수거보상비 예산 부족도 수거율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다.
현재 폐농약용기를 수거하면 농가에게 수거보상비를 지급하고 있다. 플라스틱병은 800원/kg, 봉지류는 2,760원/kg이다. 비용은 국가(환경공단) 30%, 지자체 30%, 한국작물보호협회 40%씩 분담하고 있다. 그러나 발생량에 비해 수거보상비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환경공단 관계자는 “발생량에 따라 수거보상비 예산을 측정하는 것이 아닌, 매년 수거목표량에 따라 예산을 측정하고 있다”며 “매년 수거목표량을 늘리며 예산을 확충하고 있으며, 수거율을 높이기 위해 내년에는 수거보상비 지급 단가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농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우선시 돼야함으로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와 교육 등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안정적으로 수거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역의 단체 등에 관리주체로 맡겨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수거보상비만으로는 고령화된 농촌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최근 농촌관련 뉴스에서도 이처럼 운영되는 지자체의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8년째 폐농약용기 수거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농촌지도자함양군연합회 김석곤 회장은 “각 마을별로 농촌지도자회원들이 상시 폐농약용기를 수거하고, 7월, 11월 연 2회 한꺼번에 모아 처리를 하고 있다”며 “함양군은 농촌지도자회가 맡아서 상시 수거하고 처리하고 있어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제는 함양에서는 버려진 폐농약용기를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졌다”고 밝혔다.
또 김 회장은 “수거보상비용으로는 자체 기금 조성 및 지역에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등 지역으로 다시 환원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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