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백남기 청문회 개최에 합의했다. 여야는 지난 25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을 통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함께 백남기 농민과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로써 여당은 서별관회의 청문회에서 최경환 전 부총리,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증인에서 제외하는 요구를 관철했고, 야당은 백남기 청문회 개최를 성사함으로써 나름대로의 명분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추경안의 경우 여야가 합의한 만큼 이달 말까지 예결위 소위와 전체회의, 본회의를 잇달아 열어 신속히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남기 청문회는 9월 5, 6일 중 하루, 서별관 청문회는 9월 8, 9일 이틀 간 열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난해 11월 14일 시위 도중 경찰의 직사살수에 의해 쓰러진 백남기 씨는 지금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식불명 상태로 아홉 달을 넘겨 이제 300일 가까이 됐다. 지난 7월말에는 몹시 위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남기 범국민대책위는 정부당국의 공식사죄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대통령은 물론 시위진압 당사자인 경찰청장을 비롯한 정부관료 어느 누구도 사과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았다. 참다못한 농업인들이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여성농업인들이 국가폭력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민주당사 점거농성까지 벌였다.

야당이 여당 기세에 눌려 서별관회의 핵심증인 채택에 실패하고 백남기 청문회로 체면치레한다는 비판은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여론에 떠밀려 청문회 개최를 요구한 것도 모자라 그마나 성사한 청문회를 별 소득 없이 어물쩍 넘길 경우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것이라는 점이다.

백남기 씨에 대한 국가의 폭력적 진압은 사건영상 등 증거가 명백하다. 그런데도 사죄는 커녕 책임전가에 급급한 정부 행태는 지탄 받아 마땅하다. 지난해 11월 18일 백남기 씨 가족이 각종 영상과 증언 등을 토대로 검찰조사를 요청했는데도 진척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사법부조차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재판에서 경찰의 직사살수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는데 지금까지 유야무야해온 것이다. 국회는 이번 청문회에서 국가폭력의 책임을 엄중히 따져야 한다. 청문회를 요식행위로 여기거나 그 중요한 하루를 여야 간 정쟁으로 소진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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