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과 없는 고랭지 포도… 품위 균일성 숙제

“씨없는 청포도인 ‘청향’은 우장춘 박사의 ‘씨없는 수박’ 육종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진 품종으로 강원도의 추운 날씨를 이겨낼 수 있는 내한성이 강한 품종이다. 레드펄과 MBA(머루포도)의 교잡으로 높은 당도가 특징이며, 현재 강원도 홍천 내면과 양구 동면, 인제 귀둔지역에 특화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지난 8월 17일 가락시장에서는 씨없는 조생종 청포도인 ‘청향’에 대한 신품종 설명회가 개최됐다. 중앙청과 회의실에서 개최된 이번 설명회에는 가락시장과 인근 구리시장의 포도 경매사들이 참여해 신품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20여 년 동안 포도품종 연구에 주력해온 강원도농업기술원 박영식 박사는 “현재 강원지역에서 7~9톤 정도가 생산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직거래로 2kg 상자당 2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이를 기준으로 재배농가의 소득을 산출해 보면 10a당 1,500만원 정도가 가능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현재 ‘청향’은 강원도 홍천 내면(10농가 5ha), 양구 동면(3농가 2ha), 인제 귀둔(4농가 1ha) 규모로 특화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2014년부터 재배가 시작되면서 아직까지 생산량이 많지 않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인 도매시장 출하를 계획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경매사들은 ‘청향’의 높은 당도와 좋은 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포도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캠벨얼리와 거봉에 비해 향이 좋고, 당도가 높기 때문에 충분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또한 보통수준으로 평가된 과육의 경도나 육질에 대해서는 재배과정에서 충분한 보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판로개척에 긍정적인 면으로 파악됐다. 반면 두꺼운 껍질과 작은 포도알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현재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는 가격은 도매시장 거래에서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평가
에 참여했던 한 포도경매사는 “천안 지역에서 출하되는 청포도인 ‘신노트’와 유사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면서 두 품종을 비교했다. 이 경매사는 “두 품종을 비교해 볼 때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출하되는 ‘신노트’가 kg당 5,000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청향’이 출하될 경우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럴 경우 직거래 가격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농가입장에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경매사는 “고급 청포도로 인식되고 있는 ‘샤인마스캇’도 9,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청향’은 5,000원 정도에서 시세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샤인머스캇에 비해 품위의 편차가 보이는데, 이러면 재구매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좋은 시세형성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향후 도매시장 출하를 위한 보완점도 제기됐다.

경매사들은 “봉지재배로 고급스러워 보이는 장점이 있으며, 송이 모양이 가장 적당해 보이는 송이당 300g 수준에 맞춘 포장용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상온에서 유통되는 과정을 감안할 때 수확 후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일주일 정도를 견딜 수 있도록 숙기를 조절해야 한다”면서 “특히 ‘청향’의 장점인 열과가 없고, 고랭지 재배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강조해 대과종과의 경쟁을 피해면서 고급화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위태석 박사는 “도매시장의 다양한 조언을 참고하고, 아직 숙기가 이른 점 등을 감안할 때 ‘청향’이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물량 출하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산지에서 진행되는 현장평가에 도매시장 경매사가 참여해 직접 재배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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