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성 수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 박사



고장 나거나 수명이 다한 장기를 치료 또는 대체하기 위해 줄기세포, 조직공학, 이종장기개발 등 많은 분야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상인의 장기를 이식 받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핵가족화와 저 출산으로 인해 가족 이외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을 수 있는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반면 신장 투석이나 당뇨병 등 늘어나는 성인병으로 인해 잠재적 장기이식 대기 환자는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여서 2016년 8월 현재 우리나라의 고형장기 이식대기자 수는 약 28,000명에 이르는 등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두드러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대안 중의 하나가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어한 형질전환 돼지로부터 바이오장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2009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사람에게 포유류의 장기를 이식했을 때 가장 먼저 발생하는 초급성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α1,3Galactosyltransferase)를 제거한 형질전환 복제돼지가 국립축산과학원에서 태어난 이후 초급성과 급성 면역반응을 동시에 제어 또는 급성 혈관성 면역반응 제어한 형질전환 돼지 개발에 연이어 성공하면서 많은 장기이식 대기자와 가족들에게 상당히 희망적인 뉴스가 되었었다.

그렇게 개발된 이종장기이식용 돼지들에게서 많은 후대들이 동일한 유전형질을 보유한 채 태어나면서 이제는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 신장 및 췌도 세포 등 각종 장기를 영장류인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거의 10여년 뒤쳐져 있던 한국의 이종장기이식용 돼지 개발 분야는 지금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이는 농촌진흥청의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과 보건복지부의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등 국가에서 막대한 연구비가 필요한 형질전환 동물 개발 연구와 이종이식 연구에 과감히 투자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일에는 이면적인 부분들이 있듯이 이처럼 커다란 고통에 직면해 있는 이들이 있으므로 오히려 건강관련 산업은 국가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인식이 되고 있는 실정이며, 바이오신약, 인공장기 및 줄기세포 등의 생명공학분야는 매년 20% 대의 성장세를 이러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분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구 초기단계부터 방향성을 정확히 결정하고 결과물을 생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종장기이식용 동물을 개발하는 연구자 대부분은 동물생명공학 전문가들인데, 이들이 관련 분야의 최신 정보를 분석하고 협의하여 최선의 이종장기이식용 동물을 개발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금방이라도 이종장기이식을 통해서 부족한 장기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막상 연구자들이 개발한 이종장기이식용 동물의 소비자가 과연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게 보면 환자가 소비자가 될 수 있지만, 그 환자들에게 적합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담당 의사이므로 이들이 실제 소비자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바이오장기는 의료용 소비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확보하고 있는 형질전환 동물을 개발함에 있어서 소비자, 의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사와 연구자가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결과물을 생산하도록 노력한다면 동물생명공학 연구는 또 하나의 창조경제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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