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해수위 결의안 채택…법안 실효성 문제 제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적용 금액 한도를 상향 조정하거나 시행 유예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법제처는 농식품부와 해수부 등 4개 부처의 김영란법 유예와 금액 기준 상향을 요청에 대해 사실상 거부 입장을 표명하고, 금액 기준 상향은 국무조정실로 공을 넘겼다.

농해수위는 지난 8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음식물과 선물의 가액 범위를 각 3만·5만 원에서 5만·10만 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경조사비는 10만 원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결의안에서는 “농어업 등 1차 산업의 붕괴와 농어민의 소득기반 상실을 방지하고 농수산업과 농어민 보호를 위해 시행령에 규정된 음식물·선물 등 가액 범위를 상향 조정하거나 그 시행을 유예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김영란법의 시행에 따라 농축수산물 선물 및 음식업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농수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고, 선물 등의 가액 기준은 현실과 맞지 않아 규범의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같은당 소속 농해수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음식물과 선물은 각각 3만 원·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등 가액 기준 조정 문제는 의원들 의견이 꼭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에 상세히 의견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계의 입장도 거세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가 김영란법을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선물가액 등을 포괄적으로 위임하였으므로 시행령에서도 국내산 농축수산물의 제외도 가능하다”면서 “부득이 하다면 시행을 유보할 것을 촉구하고, 이러한 부작용과 현실성을 감안해 대통령의 특단의 결단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경상북도의 10개 농업인단체도 최근 성명을 통해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의도하지 않은 피해가 농축산 분야에 집중되는 것이 우려된다”면서 “열악한 농업·농촌의 상황을 감안해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은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법제처는 5일 김영란법 시행령에 대한 정부입법정책협의회를 열고 금액 상향 조정과 시행 시기 유예에 대해서 수용 거부를 의사를 밝혔다.

법제처는 “유예기간 설정과 관련해서는 법 부칙에서 이미 시행일이 확정돼 있고, 유예기간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상 위임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령에서 유예기간을 설정하도록 하는 의견을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액 기준의 조정은 정책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으로서 정부입법정책협의회를 통해 처리하기에는 어려운 만큼 법제업무 운영규정에 따라 국무조정실에 조정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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