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적 장려금, 계약자유 원칙에 위배”

경남대학교 법정대학
박신욱 교수


‘계약자유 원칙’은 개인이 자기의 의사에 따라 계약의 내용이나 형식 및 계약체결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원칙을 말한다. 근대 민법에서는 ‘소유권의 절대(絶對)’, ‘과실책임(過失責任)의 원칙(原則)’과 함께 ‘계약자유의 원칙’을 3대 원칙으로 꼽는다. 공영도매시장의 장려금에 대해 ‘계약자유 원칙’에 입각한 법률전문가의 시각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공영도매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판매장려금과 출하장려금의 차별적인 지급은 ‘계약자유 원칙’에 어긋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계약자유 원칙’이라 함은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아닌지? 계약을 체결한다면 누구와 할 것인지? 에 대해 계약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여기에 어떠한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내용형성의 자유), 그리고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아니면, 인터넷을 통해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형식의 자유) 등으로 나누어진다.

계약자유 원칙은 사적자치 원칙의 가장 중요한 하부원칙으로 사적거래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특히 공영도매시장의 농산물 유통에 있어서는 농민과 도매시장법인 사이의 계약, 뿐만 아니라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사이의 계약에서도 적용되는 중요한 원칙이다.

물론 이러한 전통적인 계약자유의 원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주택임대차에서 계약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대표적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보다 임차인을 더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는 이유는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임차인이 임대인보다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인 경우가 많은 이유에서다.

이와 같이 전통적인 계약자유 원칙에 대한 제약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서도 발견된다. 농안법은 1976년 제정되어 1977년 시행됨으로써 4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농수산물의 원활한 유통과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에 이바지 하고 있다. 따라서 농안법의 계약자유 원칙에 대한 제약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함”이 당연하다.

농안법의 범위 안에서 제정되어야 할 지방자치조례 역시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기능해야 한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농수산물도매시장조례 제1조는 “농안법 제17조에 따라 서울특별시가 개설하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운영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농안법’은 계약체결에 있어 사회·경제적 약자로 볼 수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통적인 계약자유 원칙에 대한 제약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중도매인의 판매행위는 사정이 다르다. 상인과 상인간의 관계일 뿐이며,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어떠한 이익도 가져다 줄 수 없다. 특히 판매장려금의 증액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어떠한 목적도 없다. 따라서 전통적인 계약자유의 원칙 제한에 대한 어떠한 정당성도 인정받을 수 없다.

판매장려금 증액을 목적으로 한 지방자치조례의 개정안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지 중도매인의 영업이익을 보전해주기 위한 방편이 아닌지? 과연 농안법의 제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진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 보호를 위한다면 판매장려금이 아니라 출하장려금과 출하보전금의 인상을 권장하는 지방자치조례의 개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농안법이 제약하고 있는 전통적인 계약자유 원칙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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