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수출 100억불 달성은 최근 몇 년간 대통령 업무보고의 단골메뉴가 됐다. 신선농산물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한 때는 식품수출 효자품목이라 할 만한 라면, 소주 등의 수출호조세가 이어지면서 목표 달성에 대한 기대치도 상승했다. 정부의 로드맵대로라면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내년에는 기필코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최악이다. 안보와 실익 사이에서 좌고우면하다 어느 것도 얻지 못하고 결국 좌충우돌로 흘러버린 통상외교 실패 탓인지, 세계경제 침체라는 시대흐름 탓인지는 모르나 농식품 수출은 몇 해째 제자리걸음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수출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 2012년 농식품 수출액 80억불은 이듬해 79억불로 줄고 2014년, 2015년에도 82억불, 80억불에 그쳤다. 게다가 올해 농식품 수출은 예년에 견줘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농식품 수입액은 2012년 334억불에서 2015년 348억불까지 늘었다. 농식품 무역수지 적자폭이 해마다 260억불 안팎에 이르고 올해는 더 클 것이 자명하다. 오죽했으면 수출 급감 때문에 한국경제가 큰 위기에 봉착했다고 연초부터 정부 스스로 호들갑을 떨지 않았던가.

농식품 수출 제자리걸음과 후퇴에는 이유가 있었다. 통상외교 실패나 시장경제 불황도 이유가 될 만하나 무엇보다 매너리즘에 빠진 정부의 농식품 수출지원 사업을 꼬집지 않을 수 없다. 편성된 사업예산도 다 집행하지 못하고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이 뭔지도 모른 채 입으로만 농식품 수출 100억불을 뇌까리는 정부를 보면 복장 터질 일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농식품 수출지원 사업예산 총 2조3천200억원의 약 82퍼센트인 1조9천100억원을 수출업체 융자사업인 ‘우수농식품구매지원’에 투입했는데, 그 중 4700억원이 집행되지 않았고 투자성과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사업 예산집행률은 2014년 63.4퍼센트, 지난해 39.4퍼센트에 그쳤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농식품 수출지원 사업예산의 팔 할을 차지하는 구매지원사업의 예산집행률이 40퍼센트로 곤두박질할 때까지 가만히 있는 정부가 참으로 한심하다. 국회는 지원기준의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현지화지원 사업과 홍보 등 갖가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예산 세워뒀다고 일사천리 알아서 사업이 굴러가는가, 정부는 객체가 아니라 주체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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