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배면적 감축 등 수급안정대책 ‘무용지물’

정부의 벼재배면적 축소 발표와 쌀 추가격리 조치가 이어졌음에도 불구, 쌀값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올 단경기(7~9월, 수확기 바로 전)엔 역계절진폭(비수확기의 쌀값이 전년 수확기 때보다 떨어지는 현상)이 가장 높았던 2010년의 7.9%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민간농업연구단체인 GS&J인스티튜트는 최근 ‘산지 쌀값 약세로 역계절진폭 6% 넘어서’라는 제목의 동향보고서를 통해 국내 양곡시장을 이같이 진단하고 예측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5일 산지 쌀값은 80kg들이 한가마에 14만2천900원으로 집계됐다. 10일전보다 0.1% 떨어졌고, 지난해 같은 날짜 쌀값보다 10.3%(1만6천408원) 낮아졌다.

정부가 15만7천톤을 추가격리하겠다고 밝힌 3월말 하락폭이 다소 완만했다가, 계속적인 하락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재고량이 많은 강원, 전남 지역 일부 RPC(미곡종합처리장)들의 밀어내기로 인해 산지 조곡가격과 쌀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자 산지 쌀값은 지난해 수확기(10~12월) 평균 가격 15만2천158원보다 6.1%(9천258원) 낮은 수준이다. 쌀 가격 기준으로 삼는 계절진폭이 -6.1%에 달하는 것이다.

수확기보다 가격이 싼 역계절진폭은 올들어 1월 3.9%, 2월 4.4%, 3월 5.0%, 4월 5.2%, 5월 5.4%, 6월 5.8%로 확대폭이 커지고 있다. 단경기 역계절진폭은 2014, 2015년 4.5%보다 높고, 2004년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0년의 7.9%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농민들은 이런 쌀값 폭락 사태는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농업계의 반대에도, 지난달 초 밥쌀용쌀 2만5천톤 수입 입찰을 강행한 것이 쌀값 하락을 부추겼다는 것.
또한 지난해말 중장기 쌀 수급안정대책으로 내논 방안들이 근본대책이라기보다 물리적인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벼 재배면적을 줄이고, 농업진흥지역 난개발을 부추기는 정책이 넘치면서 쌀 생산기반은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다”면서 “쌀값정책과 생산기반 유지는 별개의 사안인데, 정부의 개발정책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농식품부가 내논 수급안정대책은 ‘개발정책’이란 비난이 쇄도했다. 쌀 적정생산 유도, 수요 확대, 재고관리 부문으로 나눠 제시된 수급대책에는 벼 재배면적을 당장 3만ha 줄이고 밭작물로 유도한다고 계획했다. 일부 농업진흥지역에 대해서는 지역을 해제하거나 행위제한을 완화하는 개발정책을 담았다. 적정생산을 위해 다수확품종 비율을 줄이고 RPC저장능력을 확충·정비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소비확대를 위해 사료용으로 쓰고, 가공용으로 할인판매하겠다는 계획 등이 주요 골자였다. 현재로선 쌀값안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지경인 것이다. 

또 다른 농민단체 관계자는 “박근혜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17만원짜리 쌀 한가마를 21만원까지 보장해주겠다고 했으나, 철저한 속임수로 드러났다”면서 “쌀값 보장과 생산기반 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한번도 내보인적이 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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