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해 연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사



 ♬무궁무궁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꽃,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

동요 ‘무궁화행진곡’ 속 가사다. 무궁화는 봄에 꽃을 피우는 대부분의 나무와 달리 한여름 더위를 이겨내면서 100일 넘게 2~5천 송이의 꽃을 피우는, 그야말로 무궁(無窮)한 꽃이다.

우리나라꽃 무궁화(Hibiscus syriacus L.)는 높이 3~6m까지 자라는 낙엽활엽소교목(落葉闊葉小喬木)으로, 극한 기후를 제외한 북반구 온대 대부분 국가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특히 이탈리아나 그리스 등에서는 일찍부터 가로수와 경관수로 다양하게 이용되어 왔다.

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고조선 이전부터 인연을 맺어 왔으나 늘 사랑 속에 자란 것은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 많은 애국지사들이 무궁화를 우리 민족과 독립 정신의 상징으로 내세우면서 일제에 의해 무궁화나무가 닥치는 대로 뽑혀졌다고 한다. 또한 ‘무궁화를 보기만 해도 눈에 피가 난다’, ‘만지면 부스럼이 난다’는 등 근거 없는 속설을 퍼뜨려 지금까지도 무궁화는 ‘꽃이 작고 아름답지 않다’, ‘진딧물이 들끓고 병충해가 많다’는 인식이 보편화 되어있다.

그러나 무궁화의 진딧물 피해는 나무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크지 않을뿐더러, 새싹이 나오는 4월말에서 5월초 사이에 저독성 살충제를 한두 번 살포하는 것으로 간단히 방제된다. 이는 꽃꽂이용으로 출하되기까지 십여 차례 농약을 뿌려야 하는 장미나 국화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무궁화는 예로부터 맛이 순하고 영양분이 많아 백성들의 반찬거리나 약재로 이용되어 왔는데, 어린잎은 된장국에 넣어 먹었고 줄기와 뿌리의 껍질은 ‘목근피(木槿皮)’라 하여 치질이나 불면증을 치료하는데, 잎은 ‘목근엽(木槿葉)’이라 하여 열을 내리거나 무좀을 치료하는데 사용되었다.

‘동의보감’에서도 순하고 독이 없으며, 장풍(결핵성 치질에 의한 출혈)을 멎게 하고 설사한 후 갈증이 심할 때 달여 마시면 효과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현대과학을 통해 밝혀진 무궁화와 그 근연종들의 유용성분 중 대표적인 것으로 노화지연, 종양억제,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는 사포나린, 지방 배출 촉진과 식욕억제에 도움을 주는 하이드로시트르산, 자외선에 의한 피부노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드로쿠신 등이 있다. 이러한 성분들은 기능성 식품과 차(茶)류, 화장품 제조에 특히 유용하여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 및 특허가 급증하고 있다.

궁화는 세계적으로 250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중 국내에서 개발된 것이 120여 종에 이른다. 이 품종들은 꽃잎 빛깔에 따라 무늬 없는 순백색의 꽃을 ‘배달계’, 흰색이나 분홍색, 연보라색 바탕 꽃잎에 ‘단심(丹心)’이라 불리는 중심부에 붉은 무늬가 있는 ‘단심계’, 꽃잎 가장자리에 붉은빛 무늬가 있는 ‘아사달계’로 크게 구분한다.

우리나라 국가 상징으로 사용되는 무궁화는 꽃잎이 다섯 장인 홑꽃 계통 중에서도 흰색이나 연분홍색 바탕 꽃잎에 단심이 있는 백단심계 또는 홍단심계 무궁화다.

최근 산림청에서 ‘시장친화적인 무궁화 확산 종합계획’을 추진, 나라꽃 무궁화를 보다 널리 심고 가꾸며 국민의 사랑 속에 국가 브랜드화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나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1950년대부터 무궁화 관련 연구를 시작, 1990년대 말까지 ‘선덕’, ‘칠보’ 등 아름다운 꽃을 가진 20여 종의 신품종을 개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가로수용 ‘우리’, ‘탐라’, ‘근형’, 화분 재배용 ‘한양’, ‘소양’, ‘별이’ 등 용도별로 특성화된 신품종을 육성하는 한편, 이를 확대 보급하기 위한 증식과 재배 기술 최적화 연구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립산림과학원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나라꽃의 위상 회복을 위하여 아름답고 가꾸기 쉬운 품종 육성 및 무궁화의 생육 특성에 맞는 재배 관리 방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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