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안 반대로 정부와의 갈등 심각

농식품부의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농협중앙회가 정면 반박하는 입장을 명확히 공표했다. 이에 앞서 불법선거 개입 의혹으로 김병원 중앙회장 집무실과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등 농협중앙회가 소용돌이를 맞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중앙회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농식품부의 농협법 입법예고안에 대해 자체적인 입장을 정했다. 먼저 개정안의 중앙회장 선출방식은 ‘이사회 중심의 협동조합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하고 경영자에 대한 통제권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회 호선으로 변경, 대외업무 및 이사회·대의원회 의장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현재의 상황에서 각 회원조합과 조합원을 대표하는 직위에 걸맞게 회장의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직선제’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회장의 직위도 명확히 했다. 개정안에는 ‘회장은 조합원의 대표로서 대외활동에 전념토록 하는 한편, 경제사업 관련 사업집행권한은 삭제해 비상임 취지대로 역할을 한다’는 내용에 이견을 냈다. 경영 관련 권한 일부를 보유하면서 사업대표에게 위임·전결 형태로 업무를 집행하면서 책임을 명확히 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한다는 것.

또한 중앙회의 입장으로, 축산경제분야를 보호하기위해 농축협 통폐합 당시 신설했던 축산특례조항에 대해서도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담기로 했다. 이 또한 농식품부의 개정안에 반하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이사회의 이러한 조치는 ‘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어떤 행위나 법률도 반대할 수밖에 없는 협동조합의 정체성 존립 차원의 결정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의 의견수렴과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상황은 녹록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결정의 주체인 김병원 회장에 대해 검찰이 피의자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7일 ‘농협중앙회 불법 선거운동’으로 농협중앙회 본사와 김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올 1월 중앙회장 선거당시 합천가야농협조합장 출신 최덕규 후보가 1차투표에서 패배한 뒤 2차 투표에서 ‘김병원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혐의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검찰측은 밝혔다.

불법선거운동 개입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회장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 검찰의 수사여부에 따라 당선 무효 가능성도 점쳐질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집권 초기의 김 회장에게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농협법 개정 문제를 놓고 농식품부와 상당한 갈등구조를 겪어야 함은 물론,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갈 경우 광범위한 활동을 펼쳐야 하는 터에 분명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해운업체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이 현재 1조2천억원에 이르는 농협은행 등 농협금융지주의 신용회복을 위해서 김병원 회장의 지원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어서 검찰의 수사는 더욱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농협중앙회 경제지주 한 관계자는 “김병원 회장의 검찰 수사시점과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 입법 예고, 농협은행의 부실채권 등이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정부와 농협간 갈등 구조로 몰리는 상황”이라며 “협동조합의로서의 농협중앙회, 투명한 검찰 수사, 부실채권으로 몰린 것에 대한 책임 소지 등이 연결되지 않고 풀리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