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업 안전, ‘예방대책’이 선행돼야”

농촌에서 농기자재 사용이 늘어나며 안전재해가 증가하고 있지만, 재해를 관리할 시스템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농업인들의 재해를 줄이기 위해선 농작업 재해안전 예방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지난 22일 서울 국회헌정기념관에서 ‘농작업안전보건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지속가능한 농촌사회를 위한 농업인 안전재해 예방’을 주제로, 오스트리아, 독일, 아일랜드, 일본, 한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각 나라의 농작업 재해 현황과 예방사업 등에 대해 발표했다.


▲ 심포지엄에 앞서 농업인 안전리더 대표들이 ‘농업인 안전보건 실천문’ 선서를 통해 농작업 안전수칙을 작업장에 비치해 안전문화 조성에 힘쓰고, 매월 안전점검의 날을 정해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하는데 앞장 설 것 등을 다짐했다.
“치료보다 예방이 효과적”


국제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오스트리아 농업인사회보험공단 건강안전국 요한 슈피스 국장은 “오스트리아는 지난 1974년 농업인 사회보험조직(SVB)이 설립돼 농업인 건강과 안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농업인의 신체적인 조건을 건강하게 해 안전으로부터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농업인 건강증진에도 앞장서고 있다.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주제발표자인 독일 농림사회보험공단 급여 및 서비스국 딕 앤더 국장은 “농림원예사회보험(SVLFG)은 독일 농업 부문의 종합보험을 제공하는 국가조직이며, 농업인을 위한 4대 보험과 농장 유해요인 평가, 농업학교 안전보건 교육 등 재해예방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예방은 사회보장에 의해 법에 명시된 실행 사항이며, 성공적 예방으로 농업인의 안타까운 사고를 피할 뿐 아니라 치료 비용절감도 가능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재해를 방지하고, 이를 통해 재정적 안정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재해예방공학과 이경숙 농업연구관은 “농촌진흥청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농어업인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 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업인 안전재해 예방관련 조사연구, 예방사업, 교육, 홍보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농업인의 안전재해관리시스템을 주도적으로 구축하고 정책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앞서 발표한 오스트리아나 독일 등에 비해 다소 늦은 출발이지만 이번 심포지엄을 발판삼아 농업인의 직업적 복지를 확대하고 안전재해 예방을 위한 국내외 정보 교류, 국제적 연대를 강화해 농업인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농촌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농업인, 안전재해에 대한 인식개선 및  재해 예방 지원 예산 절실“

주제발표에 이어진 토론에서 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이철갑 교수는 “노동부담 해소를 위해 쌀농사는 90%이상을, 밭농업은 50%정도 기계화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농기계, 농약 등의 이용 확대는 사망과 같은 중대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만, 아직 이러한 중대사고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도 되지 않는다. 이는 중대사고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정부기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교수는 “정부는 농업인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지원으로 올해 3,433억 원, 농업인안전재해보험지원으로 640억 원을 사회보험에 지원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이러한 제정지출이 농업인 질병치료와 예방에 얼마나 효율적인지는 별로 관심이 없어 투자대비 효과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 지난 2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한 지속가능한 농촌사회를 위한 농업인 안전재해예방 국제 심포지엄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농업인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의견을 나눴다.
한경대 안전공학과 이인석 교수는 “우리나라 산업재해는 수많은 예산과 법적 체계, 교육과 연구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선진 국가에 비해 산업재해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더군다나 농작업 안전 수준은 산업안전에 비해 미미한 수준임을 감안할 때 많은 관심을 갖고 농업인의 안전보건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양해일 정책부회장은 “농업인들은 그동안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환경을 지키는 등 공익적인 기능을 수행해왔지만 이런 농업인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전혀 없다”면서 “농업인 안전재해 예방을 산재수준하고 예방과 보장체계를 갖추게 되면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이상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진청 농촌자원과 정충섭 과장은 “농업인들은 열악한 농작업 환경에서 장시간 악성 노동에 노출되고 있지만 농작업 재해안전은 아직도 농업인의 인식이나 정부 투자의 후순위에 있는 실정”이라며 “농업인의 자각을 위한 교육과 시범사업의 추진, 더불어 관련 기술의 개발, 기술개발에 필요한 안전기준 설정 등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


“농어업인 안전보험 의무화 추진”

지난 2009년 ‘농어업인 재해보장 법안’을 대표 발의해 화제를 모았던 새누리당 황영철 국회의원은 의무화를 시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한해 근로자 산재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이 18조원에 이르고 농작업 재해는 평균 산재발생의 2~10배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집계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난 과거 생산에만 집중한 나머지 농작업 재해로 고통받는 농업인들의 아픔을 모르쇠 해 왔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지난해 법안이 마련되고 올해 1월 법이 시행되게 돼 남다른 기쁨이 있지만 당초 구상했던 법안과는 아쉬운 점이 많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법안 개정과 관련 정책 확대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의원은 “영세하고 고령일수록 재해율이 높아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한 만큼 국제시장개방 확대로 어려운 농업인들에게 평등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법명에 ‘예방’이 포함되고 농촌진흥청이 위임받아 예방사업을 확대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보장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우선돼야”

“농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고통스러워도 본인 잘못으로 치부하고 참아왔던 농업인들이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는 농작업 재해에 당당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대다수 농업인단체나 정부 조차도 농가소득 확대를 위한 관광자원, 농식품산업 육성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정책만 요구하고 시행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일하는 농업인의 건강안전 확보가 곧 행복이라는 의식전환이 필요하고 정책방향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14년 농협경제연구소는 ‘농작업 재해는 농가의 비용발생과 소득손실을 동시에 일으켜 농가경제의 불안정을 초래해 이에 대한 예방 및 관리체계 구축, 재해발생시 경제적 보상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한바 있다”면서 “농촌진흥청이 농작업재해 관련 연구, 예방사업, 안전교육을 20년 가까이 해왔고 올해 시행되는 법에서도 예방업무를 위임받아 전담조직을 신설코자 제안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의원은 “농진청은 현재까지 농업기술 개발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농업기술지도를 기반으로 한 농업인 안전보건 전달체계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늦게 시작하는 만큼 제대로 제도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 농업인, 농업인단체, 전문가, 정부 등이 총력 질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