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 6차산업화로 재도약 시동”

우리 인류의 영원한 먹거리인 식량자원의 변화 바람이 거세다. 단순히 먹거리 인식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관광, 체험 등 6차산업을 도입해 농업·농촌 발전은 물론 경제 활성화에도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식량자원의 최후의 보루인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연구·개발된 기술을 토대로 식량자원의 6차산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영체들을 직접 찾아가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사항을 검토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해 식량자원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본지는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일선 현장에서 꽃피우고 있는 식량자원의 6차산업화 사례를 통해 우리 농업·농촌의 새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Ⅰ. 우리밀가공공장영농조합법인
Ⅱ. 여수잡곡영농조합법인
Ⅲ. 청보리식품
Ⅳ. 거류영농조합법인
Ⅴ. 삼진도정공장
Ⅵ. 하루에세끼영농조합법인




전남 구례군 광의면에 소재한 우리밀영농조합법인(대표 최성호)은 상징성이 크다.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출자해 국내 최초로 세운 우리밀 전용 가공공장이기 때문. 최성호 대표는 카톨릭농민회 농민운동 1세대로, 우리밀살리기운동을 이끈 주역이다.

최 대표는 “후대에 물려주고, 식량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종자 30만가마를 보유하자는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멀다”고 말했다.

수입산에 밀려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밀 

한때는 쌀에 이어 제2의 식량으로 각광받던 우리밀 산업은 지난 1984년 정부가 수매를 중단하면서 내리막을 걷게 됐다. 당시 값싼 미국산 밀이 원조 형식으로 물밀 듯이 밀려들어와 우리밀은 자연스럽게 사양길을 걷게 된 것이다. 우리밀이 떠난 자리는 보리가 대체됐다.

그러다 지난 1990년 카톨릭 농민회에서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우리밀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이 최성호 대표다. 카톨릭 농민회는 가까운 시일내 국제적인 식량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을 예측하고 우리밀을 보존하는 것만이 식량위기 풍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문제는 정부의 수매 중단이후 7년여만에 우리밀 종자가 감촉같이 사라진 것이다. 다행히 농촌진흥청에서 우리밀 종자 14kg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밀 살리기 운동본부는 미래식량 위기에 대비해 우리밀 종자 30만가마를 확보하자는 운동을 펼칠 수 있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우리밀 종자를 늘리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됐지만 또다른 문제가 야기됐다. 밀 종자만이 자취를 감춘 것이 아니라 가공할 제분시설마저 사라진 것이다. 무엇보다 가공시설이 절실했지만 밀은 사양산업으로 치부돼 정부나 지자체에서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결국 지난 1993년 최 대표가 전남도에 1읍면 1특품사업단 사업을 줄기차게 요구한 끝에 1억4천만원(자부담 5천만원)의 사업비를 확보하면서 제분시설을 갖추게 됐다.

정부 외면 속, 민간단체가 우리밀 불지펴


어렵사리 제분시설이 갖춰져 밀가루 등을 생산할 수 있게 됐지만 밀가루의 찰기가 부족하고 거칠어 소비자들은 외면했다. 우리밀영농조합은 하는 수 없이 지난 1994년 3억원을 들여 제분시설을 재설치했다. 당시 우리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터라 제대로 된 제품만 생산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새로운 제분시설에서 수입산 밀과 견줄만한 제품이 본격적으로 생산되면서 우리밀은 재도약의 신호탄을 쏠 수 있게 됐다.

우리밀이 다시 각광을 받으면서 재배를 꺼려했던 농가들도 밀 재배에 적극 참여했다. 벼농사 소득이 매년 감소한 탓에 추가적인 소득이 절실했던 농민들은 2모작이 가능한 밀농사를 제격이라 판단하고 재배를 확대했다. 

전남 장흥에서 밀농사를 짓고 있는 위공환 씨는 “벼 수확이후 밀을 심어 산물수매를 통해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면서 “벼를 심고 수확하기 전까지 마땅한 소득이 없어 고민이 컸는데 밀농사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어 밀 재배에 참여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밀은 지난 1990년 0.2%이던 자급률이 2008년 0.5%로 성장한데 이어 2011년에는 2% 수준으로 올라섰고 올해는 3%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밀 산업화 정부가 나서야

존폐의 위기에 내몰렸던 우리밀 산업이 자급률을 3%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우리밀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준 소비자들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우리밀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문제는 수매자금이다. 밀의 본격적인 수확철인 6월에 수확이 집중되면 일시에 산물수매가 시작되는데 수매자금과 저장시설이 태부족인 상황이다. 우리밀조합의 경우 수매자금 40억원 가량을 농협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이자율도 7%로 연간 이자부담만 1억5천만원에 달해 부담이 크다. 더욱 시급한 것은 저장창고를 짓기 위해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지만 60% 자부담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 대표는 “현재 우리밀은 자급률 2%에 맞춰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재배면적이 늘거나 대기업이 진출할 경우 제반여건이 허약한 우리밀 산업은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우리밀 시장확대를 위한 생산과 수요를 연계한 지원대책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2011~2012년의 경우 우리밀 생산량이 4만톤을 넘어섰지만 수요처가 확보되지 못해 재배농가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곤두박질 쳤던 사례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농진청, 우리밀 6차산업화 이끌어

벼랑 끝에 내몰렸던 우리밀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농촌진흥청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다.
농진청은 ‘금강밀’, ‘조경밀’, ‘백중밀’, ‘고소밀’ 등 우리밀 종자 개발에 박차를 가해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하고 높은 수량을 담보하는 품종은 물론 가공용으로 적합한 품종까지 개발을 완료했다. 여기다 지역적응품종 선발부터 춘파·추파 재배기술 확립, 작부체계 개선, 습해방지대책 등 산적한 과제를 풀어냈다.

우리밀영농조합법인은 농진청 개발 품종인 금강밀을 재배해 자체 생산량 1200톤, 수매 1200톤 등 총 2400톤의 우리밀을 확보하고 있다. 또 체험전시장을 마련해 우리밀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자라나는 청소년, 유아들이 우리밀에 친밀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농진청은 단순히 밀가루 제품에 제한된 상품의 다양화를 위해 가공기술까지 전수해 밀쌀, 건빵, 밀라면 등 다양한 가공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 반응도 괜찮다. 연간 매출은 40억원 내외로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

농진청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수입 밀을 대체키 위해 가공적성에 맞는 용도별 최고 품종을 개발하고 재해 저항성이 강한 품종, 논 이모작 재배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숙기가 빠른 조숙 품종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또 밀 재배 생육상황 정보 제공, 봄철 재배 관리기술, 지역 주산 작목인 산수유와 연계한 가공기술 등을 지속적으로 전파해 우리밀 산업의 6차산업화를 이끌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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