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은 경
국립산림과학원 임목육종과 연구사



루브라참나무는 가을이면 붉게 변하는 잎의 아름다움으로 북미에서 사랑받는 가로수 중 하나다. 공원, 유원지, 정원 등에 심겨져 훌륭한 수형(나무모양)을 뽐내고 그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건조에 강한 편이라 큰 나무를 옮겨 심어도 죽는 경우가 적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90년이 지난 지금, 출근길이나 아파트 단지, 공원 주변에 낯설지 않게 루브라참나무를 마주할 수 있다.

루브라참나무(Quercus rubra L.)는 참나무(Oak)를 뜻하는 “Quercus”와 붉다(red)를 뜻하는 “rubra”가 합쳐진 라틴어로 붉은 참나무(red oak)를 의미하며 노던레드오크(Northen red oak)라 불린다. 루브라참나무가 레드오크로 불리는 이유는 심재(心材)가 붉은 갈색을 띄기 때문이다.

낙엽활엽교목인 루브라참나무는 나무높이 18.3〜24.4m, 흉고직경(가슴높이지름) 60〜90㎝까지 자란다. 원산지는 미국 동북부지역과 캐나다 동남부지역으로, 다양한 토양과 지형에서 생육한다. 수관(樹冠)은 달걀모양으로, 나무껍질은 회색이고 매끈하나 오래되면 얇게 터진다.

루브라참나무의 열매는 여러 북미 인디언 부족의 주식으로, 구운 종자는 커피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25년생 내외에서 2〜3년의 결실주기를 가지고 생산된다. 꽃은 자웅동체로 4월 말쯤에 피기 시작하며, 짧은 꽃자루에 하나 또는 두 개의 종자(도토리는)가 달리고 늦은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성숙한다.

도토리는 상수리에 비해 색깔이 더 진한 갈색이고 큰 타원형으로 크다. 루브라참나무 도토리는 탄닌(tannin)이 많아 쓴맛이 강한데 흐르는 물에 씻어 이를 제거한 뒤 분말을 만들어 스튜나 빵을 만들 때 섞어 넣는다.

과거 인디언들은 루브라참나무의 나무껍질과 속껍질을 설사, 만성 이질, 소화 불량, 천식, 기침, 후두염, 피부 발진 등에 민간약제로 사용하였다.

최근 미국에서 민간약제로 사용되었던 북미 수종(나무종류)에 대한 항균 효능을 실험하였는데, 루브라참나무 수피에 많이 포함된 탄닌 성분이 흙이나 건초에서 발견되는 마이코박테리아(Mycobacterium phlei), 무좀의 원인균 중에 하나인 백색 종창균(T. mentagrophytes)에 대한 항균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루브라참나무는 특히 북미에서 목재(Timber) 생산에 가장 중요한 참나무 중 하나로, 제재목과 합판을 생산하며 이외의 것은 펄프재나 땔나무로 사용된다. 가공이 쉽고 접착성이 좋아 가구, 캐비닛, 내장재 등을 생산하는데 이용된다. 또한 비중, 탄력성 등이 우수하여 야구방망이 재료로 이용되기도 한다.

특히 제재목 가격은 세제곱미터(㎥) 당 225만원으로 경제적 가치가 높은데,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루브라참나무는 북미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이처럼 목재의 가치가 높고 다양한 용도로 개발할 수 있는 루브라참나무에 대하여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국내에서 잘 자라는 산지를 찾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루브라참나무는 1926년경에 최초로 도입되어 1927년에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수목원 견본림에 처음 심겨진 후 현재 수고 25m, 흉고직경은 1m 이상 자라고 있다. 1972년부터 국립산림과학원은 고급목재 생산을 위한 경제수 육종(育種)을 위하여 유럽과 미국이 원산지인 참나무를 국내에 들여와 적응성 검정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루브라참나무가 유럽참나무(Quercus robor)에 비해 국내 적응성이 높은 것을 확인하였고, 국내 주요 참나무 수종인 상수리와 비교할 때 루브라참나무의 수형이 더 곧고 40년생의 재적생장도 1.9배 높은 것을 확인하였다.

우리나라 기후풍토에 잘 적응하고 우수한 생장 특성을 보이는 루브라참나무의 확대 보급을 위해서는 우량한 종자 생산 기반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산지를 선발하고, 종자 생산을 위한 기반 조성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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