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재해안전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뒷전에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농기계나 농자재 사용이 늘어나면서 안전사고 발생도 빈번해질 터인데 농업인 보호체계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농작업의 기계의존이 늘면서 안전사고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작물별 또는 작업별로 상관관계에 있는 안전문제가 무엇인지 관계당국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니 한심해 보인다. 특히 농업인의 작업안전과 보호를 담당할 정부기관이나 전담부서가 딱히 없으니 당연한 현실이라는 지적도 뼈아프다. 형편이 이렇다보니 외국의 정책과 재해안전 시스템에 견줄 때마다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도 열악한 우리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내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열악한 농작업 환경을 지적했다. 장시간 악성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정작 농작업 재해안전은 농업인의 인식 수준이나 개별적 주의에 맡겨지고, 정부의 투자나 지원에서 늘 후순위로 밀린다는 지적이다. 일반 산업재해의 경우 적잖은 예산과 법적 체계, 교육과 연구가 이뤄지는데 반해 농업인의 안전보건에 관해서는 종합적으로,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지엽적인 문제로 치부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고도 했다.

심포지엄에는 오스트리아, 독일, 아일랜드, 일본 학자나 관료들도 참여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이미 1974년에 농업인 사회보험조직이 설립돼 농업인 건강과 안전에 대한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도 체계적이다. 국가기관이 농업부문 종합보험을 제공, 운용하는 한편 농업인 4대 보험, 농장 유해요인 평가, 농업학교의 안전보건교육 등 재해예방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체계적인 농업인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 확보에 성공하고 있는 이들 국가의 ‘재해예방’ 강조는 설득력이 있다.

우리나라도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농작업 안전사고에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다. 올해 1월부터 ‘농어업인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 예방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조사연구, 예방사업, 교육, 홍보 등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외국을 마냥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당국이 더 많은 관심과 힘을 쏟길 바란다.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고, 좋은 환경과 공익기능을 선사하며 힘들게 일하는 농업인이 정작 보호받지 못한다면 농업과 농촌의 유지는 어렵다는 점을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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