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혁신으로 우수 산림조합으로 대변신

“산림만 바라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이제는 소비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마케팅은 물론 임산물 상품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이 전개돼야 할 것입니다.”
구례군산림조합 오영호 조합장은 산림조합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실속있는 조합으로 재탄생시킨 인물로, 지역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오 조합장은 지난 2010년 조합장으로 첫발을 내딛을 당시 불과 8명에 불과했던 직원은 현재 22명에 달하며 존재감 없이 적자에 허덕이던 조합을 전국 142개 산림조합 중 손꼽히는 우수 조합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 2015년 3월 조합장 동시 선거에서 무투표로 재선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난 2013년 오 조합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지리산 산나물 세트는 단연 화제다. 계절에 따라 산나물 종류가 변화되긴 하지만 고사리, 아주까리, 곤드레, 방풍 등 4가지의 말린 산나물 세트는 봉지마다 80g씩 담아 4인 가족의 나물 반찬으로 제격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소비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말레이시아 등 2개국에 구례 산나물을 수출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미국(뉴욕)에 산나물 1,400박스를 수출해 구례에서 생산한 지리산 청정산나물의 우수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산나물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지난 2012년 임산물산지종합 유통센터를 건립하고 HACCP 인증을 취득하는 등 청정구례 지리산의 이미지에 걸맞은 최고의 산나물을 생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사업을 전개한다 해도 산림조합이 안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녹록치 않다. 신용사업은 단위농협, 축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과 치열한 경쟁 속에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다 경제사업도 농·축협이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오 조합장의 발상의 전환은 큰 성과로 돌아왔다. 인구가 밀집되는 구례읍내 농·축협 마켓과 경쟁하기 보다는 외지에 있지만 관광객이 집중되는 산동면에 마켓을 운영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주변의 우려에도 오 조합장은 뚝심으로 밀어붙여 산동면에 산림조합 마켓을 열었다. 마켓의 절반 가량은 임산물 전문 판매장으로 꾸려 조합원들의 판로 개척에도 세심한 관심을 쏟았다. 일일 매출은 평일 500만원, 휴일의 경우 1,5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산림마켓은 활기가 넘쳐 산림조합 경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여기다 장례사업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지역민과 조합원들을 위해 장례식장 사용료를 50% 낮춘데 이어 조합원은 추가적인 할인 혜택까지 제공해 연간 2억원 이상 지역에 환원하고 있다.
오 조합장은 또 수목장, 요양사업 등을 차기 사업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초고령 시대에 돌입한 농업·농촌의 현실을 따져봤을 때 가장 시급하고 현실적인 사업이라는 것.

오 조합장은 “산림이라는 제한된 자원으로 조합을 운영하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만 발상 전환을 통한 신성장 모델사업 개발에 나선다면 산림조합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면서 “눈앞에 이익을 쫓는 아둔한 산림조합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조합원과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산림조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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