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산업 불황여파 우리맛닭 입지 흔들

농촌진흥청이 15년간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 2008년 첫 선을 보인 순수 재래닭 ‘우리맛닭’ 산업화 속도는 숨가프게 진행됐다. 종계가 분양된 전남 화순, 전북 부안, 경북 구미 등 지역을 대표로 하는 먹거리로 각광을 받을 정도로 인기몰이도 상당했다.

출시 9년차에 접어든 우리맛닭은 현재 상황은 어떨까? 초기 인기몰이에 비해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전환됐다는 것이 사육농가들의 목소리다. 출시 초기에는 새로운 품종이라는 호기심 등이 인기비결이었지만 현재는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만 부각되고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계산업이 수년째 불황에 허덕이면서 덤핑이 활개를 치는 유통시장에서 고가로 판매되는 우리맛닭은 갈수록 설자리를 잃고 있다. 심지어 한협3호 품종과 견줘 가격이 두배이상 차이가 나는 현실은 뼈아프다.

‘우리맛닭 전도사’로 알려진 하복농장(대표 손길준)도 줄곧 연간 50만수 이상 사육규모를 유지해왔지만 올해부터 50% 감축했다. 우리맛닭을 찾는 고객들이 비싼 가격을 이유로 이탈하면서 주문량이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하복농장도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우리맛닭 훈제, 레트로트를 개발해 해외수출을 타진하고 있는데다 유통상인에 의지하던 판매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유통시장에 뛰어들 방침이다.

손길준 대표는 “우리맛닭은 기존 토종닭과 비교해 사육일령이 30~40일 길어 사료값 등 생산비용이 고정돼 있어 공급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서 “양계산업 자체가 워낙 불황이라 유통시장에
덤핑 물량이 넘치는 통에 우리맛닭은 그만큼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손 대표는 “무엇보다 사육중인 종계 4천수를 유지하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우리맛닭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면서 “그간 쌓아올린 우리맛닭 시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심각한 위기를 느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맛닭 위기를 직감한 농촌진흥청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난 3월에는 ‘우리맛닭 농식품산업협의체’를 구성해 생산·가공·유통 각 단계별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해 연구와 정책적 해결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농진청은 ‘우리맛닭’ 소비 확대를 위해 신품종과 가공 이용기술 개발 등 현장 맞춤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협의체를 통해 1년에 두 차례 정기회의와 정보공유를 위한 토론회 등을 수시로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국립축산과학원 강보석 연구관은 “새로운 품종의 완벽한 산업화는 민관학이 한데 뭉쳐 추진해도 성공을 장담키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농진청은 지난 9년간 우리맛닭 산업화 과정을 되짚어보고 부족하고 미진했던 부분을 점검해 우리맛닭이 다시한번 힘찬 날개짓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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