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 전도된 ‘도·소매 분리’…“시설현대화 취지 살려야”

오는 7월 1일부터 가락시장이 도매권역과 소매권역을 상징하는 가락몰로 역할과 기능이 분리된다. 아직까지 입주조차 완료되지 않은 가락몰이지만, 공간적으로 ‘도·소매 분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소매 분리’의 방점이 도매시장이 아닌, ‘가락몰’에 찍혀 있는 것으로 보여 주객이 전도된 듯 하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도·소매 기능이 분리된다. 도매권역은 농안법상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매매참가인 등의 거래만 가능하다. 소매권역인 가락몰은 농안법에 의한 규제를 받지 않는 임대상인에 의한 일반적인 의미의 거래가 가능한 시장이다.

가락시장 도·소매 분리는 시설현대화 사업의 목적. 그 동안 도·소매 혼재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와 노후화된 시설의 개선을 위해 2011년부터 시설현대화 사업에 착공했다. 가락몰로 대표되는 1단계 사업이 완료된 이후 물리적 공간이 구분된 것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그 동안 소분, 소포장, 전처리 형태의 도·소매 영업을 담당하던 직판상인들이 5~6월 중에 가락몰로 대부분 이전하기 때문에 영업측면에서도 양측의 기능과 역할이 분리되게 된다는 입장이다.

도·소매권역이 분리되면 도매권역은 원물의 대량 거래 시장으로 제한된다. 소매영업은 당연히 제한되며, 영업시간대 이외에는 출입이 통제된다. 특히 구매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도매권역으로 들어올 수 조차 없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 같은 내용을 두고 ‘도매기능 고도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소매권역의 가락몰은 불야성이다. 24시간 영업이 가능한 자유시장으로 소분, 소포장 상품의 도소매 전문시장이다. 구매자 등록이 필요없고,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다. 누가봐도 이해할 수 있는 소매권역 가락몰 활성화 방안이다. 과연 무엇을 위한 도·소매 분리인지 묻고 싶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몰 활성화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당초의 ‘도·소매 분리원칙’은 도매권역의 활성화가 목표였지만, 작금의 ‘도·소매 분리원칙’은 가락몰 상권을 위한 도매기능 고립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지경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내부 설문 결과를 보면 더욱 분명해 진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임직원들은 향후 10년의 주력 사업으로 가락몰의 운영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있다. 또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위상 또한 가락몰의 운영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도매권역의 활성화는 뒷전이다. 가락몰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몰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급진적인 도·소매 분리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도 일정부분 우려하고 있다. 도매권역에서의 소매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할 경우 30년 이상 지속된 관행거래야 큰 혼란이 발생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매권역의 소매행위 제한은 올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연차별로 도매시장 운영시간을 조정하고, 도매권역 시설현대화사업이 완료되는 과일동 완공시점부터 전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도매권역에서 소매행위가 점진적으로 근절되는 대신 임대상인들은 도매시장 거래 고시 품목에 대해서는 중도매인들로부터 상품을 구매하여야 한다”면서 “도매권역과 가락몰이 상생 발전하기 위한 추가적인 논의는 중도매인과 임대상인 측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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