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주폐지’이어 ‘상호금융 독립’ ‘회장 직선제’ 등 추진 어려울 듯

‘농업협동조합 정체성 구현’을 내걸고 출범한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 체제가 시작부터 현실의 벽에 막혔다. 농협개혁의 시발점으로 내걸었던 ‘농협경제지주 폐지’공약을 철회한데 이어 ‘회장선출 직선제 전환’ ‘상호금융중앙은행(가칭) 독립법인화’ 등의 공약도, 정부측 이견에 막혀 사실상 추진력을 상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농협중앙회, 농식품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최근 농협법 개정을 위한 논의 중에 중앙회 상호금융 부서를 ‘상호금융중앙은행’으로 독립 법인화하는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가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지주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법 개정의 필요성을 논의하면서, 김병원 회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안건들을 개정안에 포함시키는지의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터다.

김병원 회장은 회장출마 당시 수익성 개선을 위해 상호금융부서를 상호금융중앙은행으로 독립법인화하고 상호금융 수익률을 5% 이상 나오게 만들어 지역농협에 이익을 환원할 것이라고 공약했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상호금융 독립법인화 후에 발생하는 자기자본비율 등 자산건전성도 고려해야 하고, 기타 운영방향에 대해서도 법률적인 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측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김병원 회장이 경제지주 폐지 철회 때처럼 농식품부의 뜻을 어길 수 없는 구조를 인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김병원 회장의 ‘농협중앙회장 선출 직선제 전환’ 공약에 대해서도, 농식품부 관계자는 “2009년 당시 선거 과열로 인한 ‘혼탁선거’를 방지하고 비상근 회장을 굳이 직선으로 뽑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바꾼, 당시 상황과 취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결과적으로 4년 단임제로 자리에 오른 김병원 회장의 농협개혁을 위한 굵직한 공약이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정부 출연금을 비롯해 차입금이 11조원에 달하는 입장에서 관리·감독의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일”이라며 “당초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농협조직의 구조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지만, 이 또한 녹록치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관련 농민단체나 협동조합 전문가들은 김병원 회장이 선거운동 기간동안 ‘신뢰받는 농협’을 모토로 삼았던 것과 대조적으로, ‘공약 철회’가 남발되면서 집권 초기부터 불신이 깊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농학계 한 교수는 “조합장 출신에다 3번에 걸쳐 회장후보로 출마한 김병원 회장이 현실을 모르고 공약을 세웠을 리는 없을 것”이라며 “되고보자는 ‘포퓰리즘 공약’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해명 내지, 농협개혁 차선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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