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흥 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공학과장



‘관절 건강엔 최고’, ‘당뇨 치료’, ‘사포닌 풍부’, ‘암세포 억제 및 성인병 예방에 효과’... 과연 이 만병통치약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바로 오갈피나무다.

가시오갈피는 두릅나무과의 낙엽 관목으로 높이 2~3미터 정도 자라는데 시베리아와 중국의 헤이룽 강 유역, 일본의 홋카이도 지방에 주로 분포한다. 또 국내에는 지리산, 치악산, 계방산, 태기산 등 중부 이북 지역에 자생한다. 모양은 줄기 전체에 가늘고 긴 회갈색 가시가 매우 빽빽하게 나는데, 특히 잎자루(엽병) 밑에 가시가 많다. 잎은 손바닥모양겹잎이고, 꽃은 자줏빛을 띤 노란색으로 7월에 핀다. 열매는 핵과(核果)로 둥글며 9월에 검게 익는데 성숙하자마자 떨어진다.

가시오갈피는 ‘시베리아 인삼’으로 불릴 만큼 약용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약학에서는 가시오갈피의 뿌리와 줄기껍질을 건조시킨 것을 ‘오가피’라 하여 이를 이용하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맛이 맵고 쓰며 독이 없고 오장이 허약하여 생기는 다섯 가지 과로(五勞, 오로)와 남자의 신기가 허약하여 생기는 일곱 증상(七傷, 칠상)을 보해주며 익기(益氣)와 근골을 튼튼히 해주고 남자의 발기 불능(陰委, 음위)과 여자의 음부 가려움증(陰痒, 음양)을 치료하는데, 오래 살며 늙지 않으니 신선의 약’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중국의 본초학자 이시진은 본초강목을 통해서 “한 줌의 오갈피는 한 마차의 금옥을 얻는것보다 낮다”고 극찬했을 정도로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귀한 한방 약재로 인정받고 있다.

대의학에서는 1960년대에 처음으로 가시오갈피에서 분리한 엘레우테로사이드(Eleutheroside)류가 항피로 작용과 항스트레스 작용을 갖고 있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후 많은 제품이 개발되어 판매 중일만큼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시오갈피의 당뇨병 개선에 대한 효능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기능성식품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가시오갈피의 대표 성분인 엘레우테로사이드 E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혈당을 저하시켜 당뇨병 개선에 효능이 있어, 최근에는 가시오갈피 추출물을 이용한 혈당조절 인체적용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가시오갈피의 약리적 효능이 알려지면서 국내 가시오갈피의 일부 산간 자생지가 무분별한 남획(濫獲)으로 파괴되고 있다.

가시오갈피는 강한 햇볕이 드는 더운 곳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으며, 내음(耐陰)ㆍ내한성(耐寒性)이 강하다. 종자는 휴면(休眠)이 있어 보통 2년이 지나야 싹이 트므로 묘(모, 모종)를 얻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종자저장, 휴면타파(휴면 상태에서 성장이나 활동을 시작하게 하는 것), 발아 등의 과정에서 종자 소실률도 높다.

발아 촉진을 위해서는 채취한 종자를 정선(精選, 불순물을 제거하고 충실한 종자만을 선별)하여 노천매장하고, 노지에 파종 할 때에는 춘파(봄 씨뿌리기)보다는 가을에 씨뿌리기하는 것이 발아율이 높고 하우스에서는 2월에 씨뿌리기해야 발아율이 비교적 높다.

꺾꽂이 방법도 시도된 바 있는데 가을에 숙지삽목(熟枝揷木, 전년도에 발생한 가지를 이용한 꺾꽂이)을 통해 약 44퍼센트의 발근(뿌리 남)이 가능했으나 여름철의 녹지삽목(綠枝揷木, 생장하고 있는 연한 가지를 이용한 꺾꽂이) 은 2퍼센트 내외로 저조하다. 현재 효율적인 가시오갈피의 번식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태다. 이러한 때에 조직배양을 통한 번식법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국내 여러 대학에서 조직배양 기술을 적용한 가시오갈피의 번식기술이 시도되었고 기내 배양체를 재료로 한 약리분석과 이용 가능성도 제시되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가시오갈피와 섬오갈피를 대상으로 조직배양 기술이 개발되었는데 특히 체세포배형성 기술을 통해 생물반응기 배양으로 묘목을 대량복제 생산하는 기술이 발표되었다. 이러한 기술들은 앞으로 가시오갈피의 산업적 이용에 중요한 기반기술로 이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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