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됩니다. 저 같은 초보농사꾼이나 소규모 농지를 경작하는 이들이야 일손이 부족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만 농지 규모가 큰 이들은 봄철이나 수확기에 일손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산업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일손을 거들기는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은데다 일도 익숙지 않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일은 하늘이 도와줘야 가능하다지만, 그래도 역시 사람이 얼마만한 노력을 기울였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외국인노동자들이야 시키는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니 인건비가 비싸더라도 숙련된 내국인 일손이 더욱 필요한 게 당연한 겁니다. 그러나 남녀를 막론하고 농장주들이 바라는 숙련 일손을 구하는 일은 마치 다단계 판매처럼 복잡하다고 합니다.

일전 얼어붙은 수도관 해동 작업을 하던 이들 중 한명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이가 얼마 전까지 농촌에 일손을 공급하는 일을 했다면서 여러 가지 뒷얘기를 들려주는데 몰랐던 사실들이 많더군요.

이런 일로 돈을 벌려면 일단 가장 큰 조건이 숙련 일손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고, 또 이들을 제때 필요로 하는 장소까지 이동시키기 위한 교통수단, 즉 적어도 25인승 버스정도는 있어야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요. 그이는 이일을 대략 10여 년 정도 했다면서 왜 그만두게 됐는지도 이야기해 주는데 참 세상은 요지경 같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일손이라는 게 늘 필요로 한 것이 아닌지라 재배품목에 따라 계절별 수요가 다르고 이런 수요를 적절히 맞추려면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중 가장 통제할 수 없는 것은 확보된 인력을 타 업체에 빼앗기는 일이랍니다. 이것은 9인승 승합차 한 대로 대량수송을 할 수 없는 그이의 수송수단 탓도 있지만, 공급업체와의 수수료 차이도 큰 이유라고 합니다.

하루 일당이 여자는 대략 6만원, 남자는 10만 원선이고, 이중 1만원을 인력공급업자가 수수료로 떼어 가는 구조가 보통의 경우인데 여기에 변수가 있다는 겁니다. 실제 인력공급업자가 혼자 힘만으로 많은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지라 인력을 소개시켜주기만 하는 또 다른 종류의 브로커와의 연계를 얼마만큼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다는 거지요.

물론 이처럼 사람만을 소개시켜주는 브로커에게도 소개비조로 1인당 3천원을 지급해야 된답니다. 이러니 공급업자가 손에 쥐는 돈은 7천원이 되고 이걸로 차량운행경비부터 생활비까지 충당해야 되는 실정이라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더욱 힘든 건 그나마 자기가 관리하던 인원들이 말 한마디 없이 타 업체로 가버리는 경우라는데 이런 일은 전부 돈 천원을 더 주느냐 마느냐의 차이라서 인간적 배신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농장주들도 때를 놓치지 않고 인력을 공급해주는 업체를 선호하니 결국 자본주의 논리는 여기서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상당한 규모의 농지를 소유하거나 임차한다 하더라도 인건비를 비롯한 제반 생산경비를 빼고 나면 노력의 대가가 크지 않은 게 농업일지도 모릅니다. 거기다 이미 고령화된 농촌에서는 서로 서로 품앗이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소규모 농지가 황폐화 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말로는 농업이 천하지대본이라고 하면서도 뒤로는 농업을 망치는 정책이 지속된다면 과연 우리 농업이 얼마만큼 지속될 수 있을까 걱정이 큽니다.
일손을 구하지 못해 땅을 방치하는 일이 계속되는 한 농지는 황폐화되고 결국 경제논리에 밀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논밭이 파헤쳐지고 자본가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가 오리라는 건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이 이뤄지도록 정책을 입안하고 농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정치인을 뽑는 일은 그래서 농업을 살리기 위해 더 물러설 수 없는 필수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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