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꽃가루 흩날리는데 검사·검증기관 전무


 중국산 불량 꽃가루 활개… 과수농가 피해 확산



▲ 전남 나주의 배 농장에서 막바지 인공수분 작업으로 손놀림이 분주하다.
해 과수농사의 성패를 결정짓는 인공수분은 우량의 꽃가루 확보가 선결돼야 하지만 정작 꽃가루 품질 기준 조차 마련돼 있지 않는 등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과수농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꽃가루 유통실태는 어떤 꽃가루가 우량 꽃가루인지 기준조차 없고 구매한 꽃가루의 품질이 어느 수준인지 확인할 곳 조차 없는 실정이다.

일부 시·군농업기술센터, 단위농협 등에서 운영 중인 꽃가루은행을 통해 발아율 몇 퍼센트 정도가 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게 전부이지만 이마저도 검사 신뢰도가 낮다는게 농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사과, 배 등 과수농가들은 불량 꽃가루로 인한 피해를 매년 반복적으로 입고 있다. 피해 농가들은 수년전부터 정부에 꽃가루 품질 기준, 유통기준 등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해 왔으나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꽃가루 관리가 허술하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정식 수입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따리상 등을 통해 대량 수입하거나 품질 좋은 것과 품질이 떨어진 것을 임의로 혼합해 판매하는 등 악용 사례가 다양하다. 더욱이 정식 수입절차를 거치지 않은 탓에 판매가격이 싸다는 이점을 앞세워 농가에 접근,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 

그러나 막상 불량 꽃가루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농가들은 보상 받을 길이 막막하다.
농촌지도자함양군연합회 김석곤 회장은 “5년전 인근 사과 농가들과 꽃가루를 구매해 인공수분을 했다가 그해 곰팡이병이 발생해 사과 농사를 망쳤지만 보상은커녕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면서 “곰팡이병 발생한 원인이 불량 꽃가루가 분명했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농가들만 억울함을 삼켰다”고 말했다.

수입 꽃가루 문제가 대두되면서 각 지자체에서 꽃가루 은행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또한 100%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초고령 시대에 진입한 농업·농촌에서 꽃가루 채취에 따른 인력 확보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농가들은 재배규모가 천평 단위 농가에서는 자가 채취가 가능하겠지만 재배면적이 1만평을 넘는 농가들은 어쩔 수 없이 수입 꽃가루를 사용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보다 못한 농민이 직접 나서 양질의 꽃가루를 확보해 보겠다고 나서는 실정이다.

명가한농산 김민규 대표(본지 2016년4월4일자 4면)는 “정부가 우량 꽃가루 기준, 검증기관 선정, 유통기준 등을 마련했다면 꽃가루 시장이 이처럼 혼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국 꽃가루 수출업체가 제아무리 양질의 제품을 보내준다 해도 국내시장이 이미 혼탁해져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느슨한 꽃가루 규제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순진한 농가들은 업자들의 농간에 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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