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급, 농가 경영안정대책으로 풀어야”

<농산물 수급 안정에 관한 집중토론회> 



미일 삼국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진폭을 보이고 있는 일본의 채소가격정책은 농가의 경영안정대책과 수급조절 대책을 연동시킨 결과이다. 특히 주산지 중심의 산지육성정책과 전용산지 개발, 산지 조직화·규모화와 연계시킨 도매시장의 출하장려금 재편 등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24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농산물 수급안정에 관한 집중토론회-왜 채소류 가격은 급등락을 반복하나?’ 에서 논의된 채소류 가격 급등락에 대한 원인과 해법을 들어본다.

  “단기정책 위주로 수급변화에 대한 조절능력 부족”

‘채소류의 가격 변동성과 원인’을 발표한 김동환 채소류수급유통고도화사업단장은 한·미·일의 채소류 가격 변동성을 분석했다. 발표에 따르면 2005~2014년도 한국의 채소류 가격진폭은 211.0%(변동성 0.25). 미국 133.9%(0.14)로 분석됐다. 반면 같은기간 일본의 가격진폭은 18.1%(0.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환 단장은 “한국의 경우 수급조절 정책의 주체가 정부”라며 “그러나 일본은 주산지의 지자체와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수량을 조절하고 있으며, 미국은 생산자단체에 의한 자조금을 통해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기별로 보면 한국은 산지폐기와 수매비축, 생산약정제 등의 노지채소류 수급안정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단기정책 위주”라며 “수요량에 대응한 주산지별 또는 전국 생산량에 대한 중장기 목표가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시기별(단기, 중장기) 수급변화에 대한 조절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온 계약재배 및 산지폐기 사업에 대한 생산자 평가는 낙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5점 만점으로 평가된 정부의 계약재배 및 산지폐기 사업의 채소류 가격 안정에 대한 생산자 평가는 3.0점 수준에 불과했다. 양파 3.0점, 마늘 3.5점, 고추 3.0점, 무 2.7점, 배추 2.9점 수준에 불과했다.

계약재배 참여 농가의 산지폐기 시 최저보장가격에 대한 만족도는 2.4점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양파 2.1점, 마늘 3.4점, 고추 2.3점, 무 2.1점, 배추 2.3점으로 나타났다. 생산자들은 정부의 계약재배 및 산지폐기 사업의 문제점으로 ‘산지폐기 시 최저보장가격의 낮음(37.9%)’과 ‘계약물량이 적어 수급조절 능력 미흡(23.8%)’을 지적했다.

 “일본, 수급문제를 농가 경영안정화 방식으로 풀어”

‘일본의 채소류 가격변동성과 정책의 시사점’을 발표한 위태석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사는 “수급안정의 문제에 유통구조를 끼워 넣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며 “수급문제는 농가소득 방식으로 접근하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태석 박사에 따르면 일본은 1950년대 중반이후 고도경제 성장과 더불어 도시인구가 급증하면서 원예농산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났다. 이 때 식량중심의 농정에서 원예작물 중심의 농정으로 선택적 확대정책이 채택됐다. 1950~1960년대는 공설소매시장을 만들어 정부가 유통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의 유통정책으로 가격변동성을 통제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더욱이 1960년대에는 ‘유통단계 축소’를 내세우며 가격변동을 잡겠다는 시도가 있었다. 이 당시의 구호가 지금까지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외쳐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 시도를 끝으로 유통정책으로 가격변동을 조절하려는 정책기조를 포기했다. 대신 농가의 경영안정대책으로 가격변동성을 안정화 시키는 정책 전환이 이뤄졌고, 그 결과 성공적인 가격안정성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의 가격안정화 요인은 크게 세가지. 첫째는 지정산지를 중심으로 산지 규모화를 촉진했다는 점이다. 산지의 면적만을 기준으로 삼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조직화(공동계산) 비율이 높은 곳을 주산지로 선정해 이를 중심으로 규모화를 촉진하고 있다.

특히 수급안정화 사업의 기본이 되는 평균가격을 설정하는데 있어 △대상채소 △대상시장 △대상출하기간 등 과거 6개년의 도매시장 가격을 기초로 평균가격을 산출한다. 이는 산지별, 시장별 평균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에 생산자가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현실화가 전제된다.

둘째는 가공 및 외식수요를 확대시켜 수요를 안정시켰다. 과거 수입산 농산물이 차지했던 가공농산물 시장을 국내산으로 대체하기 위해 가공용 전문산지가 등장했다. 이를 통해 4정(정시, 정량, 정가, 정품질)의 대량수요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새로운 수요처를 확대했다.

셋째는 정가·수의매매를 통한 공급과 수요의 매칭으로 가격을 안정화 시켰다. 매수집하와 정가·수의매매를 통해 도매시장간 가격차이를 좁히면서 투기적 성격의 시장출하를 억제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도매시장간 가격변동을 줄이고 도매시장의 수급조정기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위태석 박사는 “도매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은 원물이 산지에 있는 상태에서 거래되는 장기형 예약수의매매(출하 2일전~수개월 전), 즉 사전교섭형 거래를 통해 수급조절이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시장 반입 후 거래되는 수의매매는 가격안정이나 수급조절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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